문화의 거리 조성운동이 뜨겁게 일고 있는 서울의 사간동은 조선왕조의 사간원과 이왕가종친부 및 규장각 등의 관아가 있던 곳으로 경복궁과 창덕궁의 부속지역이었다. 한국을 강점한 일제는 경복궁 훼손에 그치지 않고 의도적으로 사간동의 관아건물을 전용하거나 철거했다. ◆그 대신 이 일대 8천평의 대지에 조선총독부 관리들의 가족 등 일본인을 위한 병원등을 세웠다. 사간동 화랑가 한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는 국군서울지구병원이 바로 그 자리다. 이곳은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문화산책로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 병원은 건물색깔은 물론 이미지도 이곳 분위기와 전혀 맞지 않는다. ◆「국군병원 이전하고 문화거리 만들자」사간동 문화의 거리 조성추진위원회는 15일 문화예술거리 조성을 위한 국군병원 이전건의서를 청와대 등 각계에 보내고 경복궁, 한옥보존 지구인 삼청동과 가회동, 창덕궁, 인사동으로 이어지는 문화벨트의 맥을 끊고 있는 이 병원을 이전시켜 줄 것을 호소했다. ◆같은 15일에 「문화복지 기본구상」을 발표한 정부는 도시특성에 따라 문화지구 및 거리를 지정하고 「문화환경에 관한 법률」을 제정, 각종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90년부터 추진중인 문화거리 조성사업이 현재 31곳이 진행중이고 9곳은 계획중이나 지정만 됐을뿐 지원이 따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법률 제정을 통해 애매모호한 문화지구등의 개념을 법적으로 확립하고 문화지구 조성 진흥을 위한 재정등 각종지원을 현실화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이런 점에서 국군서울지구병원 이전문제는 문화복지국가 건설을 장담한 정부의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시험대라고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