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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통화·팩스도 보낸다(NEW 미디어 혁명: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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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통화·팩스도 보낸다(NEW 미디어 혁명: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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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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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 과기연 「종합디지털 방송개발」 첨병역/입체영상·광케이블 전송·하이비전 등 「산학접목」 활발「미디어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매체의 급속한 변화·발전은 방송에도 유례없는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제까지 방송의 왕좌를 지켜오고 있는 지상파방송은 새로운 상황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에 사활이 달려 있다. 미국의 지상파방송은 그동안 제각기 발전해왔던 미디어양식들, 예를 들면 전화 영상산업 케이블TV 전자오락(게임) 등을 기업합병을 통해 묶음으로써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우정성 등 정부 부처나 자본과 규모면에서 우위에 있는 지상파 방송사가 주도권을 쥐고 기존 방송체제를 유지하며 새로운 미디어 시스템을 개발·흡수하고 있다.

새로운 매체기술에 대한 체계적 연구와 실험의 규모에 있어 일본방송협회(NHK)는 전세계에서 「미디어 혁명」이 가장 방대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이다. 일본 유일의 전국적 공영방송이자 전체 직원 1만3,000여명, 1년 예산 5,700억엔(약 4조2,000억원) 규모의 공룡급 방송사인 NHK는 위성방송을 통해 전세계로 일본의 문화를 확산시켜 나가는 한편, 그동안 기업과 민간연구소 대학 등에서 이루어진 연구 및 실험결과를 일본 특유의 응집력으로 융합해 21세기를 향한 미디어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방대한 산하기구 가운데서도 NHK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는 곳은 한적한 시골풍이 감도는 도쿄(동경) 외곽 세타가야(세전곡)구에 있는 NHK과학기술연구소다.

NHK과학기술연구소는 중학교를 연상시키는 단아한 4층짜리 건물에서 풍기는 인상과 마찬가지로 놀라운 규모는 아니다. 직원 300여명에 12개의 기능팀이 조직의 전부이다. 그러나 NHK의 모든 발전은 65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 과학기술연구소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오미 가추로(근강극랑)부부장은 『30년에 설립된 연구소는 라디오 TV FM방송 위성방송 등 새로운 방송매체를 주도적으로 소개하고 발전시켜오면서 NHK의 성장을 이끌어왔다』며 『지난 60여년간 그래왔듯이 일본 방송의 미래를 개척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NHK과학기술연구소의 연구활동은 크게 ▲새로운 방송매체 연구 ▲기존방송서비스의 개선 ▲미래의 방송을 위한 기초기술 개발 등 3개부문으로 모아진다.

이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가 하이비전으로 대표되는 고선명(HD)TV와 종합디지털방송(ISDB) 연구 등이다. 여기에 직접위성방송(DBS), 광섬유 전송시스템 등도 미래방송의 한 요소로 연구되고 있다.

하이비전은 주사선이 기존TV의 2배인 1,125개로 선명한 화질을 나타내는 HDTV의 한 방식이다. NHK는 하이비전이 35㎜ 영화필름과 같은 수준의 화질과 색상, 영화 스크린과 흡사한 가로 세로 16대 9의 화면비율, 안정된 영상, CD를 능가하는 음질 등을 갖췄다고 자랑한다. 미국의 ATV에 밀려 세계형식표준을 얻는 데는 실패했지만 NHK는 세계표준과 관계없이 하이비전을 널리 보급시켜 TV혁명을 추진할 계획이다. HDTV 개발은 일본의 자부심과 자신감이 나타나는 대목이다.

89년 3월 시험서비스에 들어간 하이비전방송은 4∼5차례 방영시간을 확대하다가 별도의 하이비전 전용채널을 통해 현재 하루에 11시간동안 방영하고 있다. 하이비전프로그램을 일반 TV로 볼 수 있는 MUSE―NTSC전환 컨버터(MN컨버터)도 나와 있어 하이비전TV가 없는 시청자도 이 채널을 시청할 수 있다. MN컨버터에서 언급된 뮤즈(MUSE)는 하이비전을 위한 별도의 아날로그 전송방식을 말한다.

NHK는 96년 애틀란타 올림픽과 98년 나가노(장야)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하이비전을 널리 보급시킬 계획이다. 하이비전은 이 연구소가 최근 개발한 평면액정화면(PDP)인 40인치 플라즈마디스플레이와 함께 21세기의 보편적 수상기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전망한다.

하이비전이 화상에 국한된 것인 데 비해 ISDB는 NHK가 21세기의 방송형식으로 설정하고 있는 야심찬 기획이다. 프로그램의 제작 및 전송 수신에 관한 아이디어가 종합돼 마치 미디어발전의 궁극적인 모델을 보는 듯하다. 이 연구소의 야마다 오사무(산전재)박사는 『ISDB는 하이비전 팩시밀리방송 문자정보 텔레소프트웨어 정지화면 데이터방송 등 방송으로 수렴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전송하는 시스템』이라며 『무엇보다도 하나의 채널로 모든 서비스가 가능해 효율적인 전파관리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ISDB는 또 자동차 안에서나 휴대용 수신기로도 수신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광케이블을 이용한 전송망 외에도 21㎓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하는 통신위성이 사용된다. 전문가들은 『ISDB가 실현될 경우 그것은 더이상 기존의 방송개념으로는 규정할 수 없는 미래의 종합적 정보전달체계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하이비전이나 ISDB계획을 위한 기초연구들은 수많은 부가적 연구성과를 올려 세계 방송기기시장에서 「메이드 인 재팬」의 위력을 강화시키고 있다. 하이비전을 개발하면서 고감도 TV카메라, 표준형 HDTV컨버터, 디지털 카세트VTR 등의 제품이 나왔다. 또 ISDB연구중에 디지털신호의 압축 및 변환기술, 비동기전송방식(ATM)의 광대역 교환망으로 대표되는 교환기술 등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축적했다. 하이비전을 잇는 차세대 화상기술로 3차원입체영상에 대한 연구가 진척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의 관심을 끄는 부분은 NHK과학기술연구소의 연구결과가 기업 및 정부부처 산하단체 개별연구기관 학교 등에 활발히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추로부부장은 『일본에서의 미디어혁명은 일종의 총력전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NHK의 위성방송 팽창전략/95년부터 유럽·아태에 일 문화침투공략/언어다중 뉴스이외 드라마·풍습 방영도

미디어혁명은 매체 개발이라는 기술적 측면과 미디어환경의 격변이라는 문화적 측면으로 나누어진다. 매체 개발에 따른 미디어환경의 변화중 가장 주목되는 상황은 위성방송을 통해 방송의 국경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스타TV 등 외국의 위성방송이 침투해 대책이 강구되고 있다. 일본은 지역위성을 이용해 95년 4월부터 미국과 유럽에 NHK프로그램을 방영하는 공세적 전략을 펼치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과 유럽의 NHK위성방송은 뉴욕의 JNG(일본네트워크그룹)사와 런던의 JS TV(일본위성TV)사가 각각 담당하고 있다. JNG는 샛컴K1 위성을 이용해 재방송을 포함해 하루 19시간30분 방송하는「TV재팬」 채널을 운영한다. JS TV는 아스트라1―B 위성을 사용해 약 11시간 방송한다. 95년 4월부터 각각 5시간, 3시간은 방해전파를 걸지 않아 일반 위성방송수신자도 볼 수 있게 했다.

TV재팬은 각각 35%와 40%의 프로그램이 언어다중으로 방송되고 있다. 프로그램은 주로 뉴스로 「7시 저녁뉴스」「NHK 비즈니스라인」「아시아는 지금」「중국은 지금」「오늘의 일본」 등이 있다.

한편 NHK는 PAS2위성을 이용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위성방송도 95년 4월부터 프로그램을 강화해 이 지역에 대한 본격 공략에 들어갔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신되는 이 채널은 뉴스뿐만 아니라 드라마, 어린이 프로그램, 요리, 일본 민예, 공연 프로그램도 방영되고 있다. NHK의 위성방송은 94년 6월에 개정된 새 방송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종합디지털방송(ISDB)이란/「퓨처 텔레비전 201X」 이야기

/문자정보 제공·대화형 프로 손쉽게 선택/안방서 영화·학습·쇼핑 생활 대변혁 이룩

NHK가 21세기의 방송으로 제시하고 있는 종합디지털방송(ISDB)은 서비스의 방식과 내용에서 방송개념을 뛰어넘는 시스템이다. ISDB에는 대화형 기능을 갖추고 문자정보 제공 등 새로운 서비스가 부가됨에 따라 방송이라기 보다는 첨단 멀티미디어서비스라고 보는 것이 옳다. NHK는 ISDB가 우리의 생활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인가를 「아야카」라는 소녀가 가상프로그램인 「퓨처 텔레비전 201X」를 경험하는 방식으로 설명한다.

90년대의 어느날, 아야카가 혼자서 TV를 보고 있다. 외롭고 따분해진 아야카는 엄마가 사준 장난감 곰인형에 대해 불평하고 있다. 아야카가 곰인형을 집어던지자 신기하게도 곰인형과 함께 TV화면 속의 2010년대로 빨려 들어간다. 아야카의 눈앞에 나타난 첫장면은 거실에서 오락용 화상터미널(벽면스크린)을 보고 있는 20여년 뒤의 자신이다. 터미널의 화면에는 컴퓨터그래픽으로 그려진 시종이 나타나 아야카의 목소리에 따라 보고싶은 프로그램을 선택해준다.

미래의 아야카는 시종을 시켜 축구중계를 시청한다. 아야카는 그동안의 경기에서 득점상황이 어떠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지나간 경기의 하이라이트를 검색한다.

아야카는 미래의 딸인 레이가 숙제하는 모습을 본다. 레이가 책상 위에 있는 얇고 평평한 스크린을 건드리자 대화형프로그램 메뉴가 나타난다. 레이가 대화형 학습프로그램을 선택하자 교과서와 선생님의 얼굴이 동시에 나타난다. 숙제는 「우주에서 물체를 던지면 어떻게 될까」라는 것인데, 레이는 컴퓨터그래픽 이미지모델을 이용해 직접 실험할 수도 있다.

미래의 아야카는 이제 터미널을 통해 전세계의 동호인들이 화상을 통해 만나는 대화형 포럼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이어 아야카는 세계의 모든 TV 프로그램과 교통정보와 뉴스를 원하는 대로 볼 수 있는 「세계 TV응접실」프로그램을 시청하고 터미널을 이용해 영상전화를 쓰다가 곰인형의 안내로 90년대로 돌아오게 된다.

아야카의 이야기는 미래에 현실화할 ISDB가 시청자에게 영화 TV 컴퓨터 전화 팩시밀리 비디오 학습 쇼핑 등 생활의 전부문에 이용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도쿄=장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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