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민과 귀환여정 소설로 반추10여년간의 미국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작가가 이민과 귀환의 긴 여정에 얽힌 쓰라린 경험을 반추하며 써낸 소설집. 중년에 모험이다 싶을 정도로 삶의 전환을 꾀해 이민을 감행한 주인공이 겪은 체험을 11편의 중단편에 담았다.
중편 「버려진 방」은 아껴서 가져온 장서들이 이민생활 중에 쓰레기더미처럼 변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한 중년남자가 진정으로 몸 기댈 곳은 고국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을 그렸다. 「어릴 때부터 변함없이 자주 꾸는 공중을 훨훨 나는 꿈」을 펼치려 이국으로 왔지만, 대다수 이민자들처럼 이상과 생활 사이에서 헤매다 귀국을 결정하는 심경변화가 사실적으로 드러나 있다.
표제작 「광화문과…」는 귀환의 뒤끝을 담고 있다. 13년의 미국생활을 청산하고 고국에 돌아온 주인공이 새 삶을 시작하며 겪는 혼돈과 고립감이 광화문이라는 각박한 도시생활과 파피꽃으로 대표되는 화려한 미국의 겉모습에 대비되면서 그려졌다.
「종이 비행기」는 미국생활이 소재가 아닌 유일한 작품. 80년 5월 어느 날 한 소시민이 탱크와 총칼, 폭력 앞에서 겪는 무력감을 묘사했다. 작가는 지난해 장편 「세 도시 이야기」를 펴내는등 귀국 후 활발한 창작활동을 벌이고 있다. 창작과비평사간·6,500원<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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