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전철불성실 오죽했으면(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전철불성실 오죽했으면(사설)

입력
1996.02.23 00:00
0 0

불특정다수 서민들의 교통수단인 경인 전철 전동차를 폭파하겠다고 협박전화를 했다면 그것은 법률적으론 엄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그것이 협박전화로 그쳤으니 망정이지 만의 하나 실행에 옮겨졌을 것을 상상하면 그 결과는 너무 끔찍하기 때문이다.그러나 범인의 협박동기가 경인전철의 제멋대로 식의 지연 운행으로 해서 잦은 지각출근을 해야 했고 그로 인해 회사에서 사직을 권고받을 정도여서 철도청의 서비스 개선을 촉구키 위한 것이었다면 이 협박의 책임을 철도청도 면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협박전화를 4차례나 해 지난 2주동안 경인전철승객들을 불안케 했으며 전철운행주체인 철도청을 초긴장속에 몰아넣었던 협박범인은 전과(전과)도 없는 한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경찰에서 털어놓은 그의 범행동기를 들으면 범행의사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경인전철의 너무나 잦은 지연운행에 화가 난 보통승객이 불끈 치솟는 격한 감정 때문에 저지른 과오로 보여진다.

또한 경인지역 서민 1백만명 이상이 매일 출퇴근과 일상생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인전철을 얼마나 불성실하게 운행했으면 폭파협박을 받았겠는가를 생각해 보면 그런 범법행위를 하지 않을 수 없게 한 철도청의 잘못을 따져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지하철이든 전철이든 현대도시의 대중교통수단이라면 그 운행주체인 시나 철도청에 성실운행의 책임은 있는 것이다. 협박범인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지하철이나 전철이 사전 예고나 안내방송 한마디 없이 아무 때나 멋대로 서는 지연운행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예사로 되풀이해 왔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래 가지고서야 서민들이 어떻게 계획적인 일상을 운영할 수 있겠는가. 그로 인한 시간과 재산상의 피해외에 직장에서 불이익을 대중교통수단 주체들이 나몰라라 한다면 과격한 항의의 개연성은 언제든지 잠재해 있다고 보여지기도 한다.

물론 전철이 지연운행을 했다고 해서 폭파협박을 한 소행은 엄연한 범죄행위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철도청은 또다시 협박을 당할 정도로 철도와 전철운행에 불성실해서는 안될 것이다. 국가가 운영하는 철도가 넘쳐나는 승객을 두고서도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불성실에서 기인하는 것이랄 수 있다.

그 때문에 철도시설 투자가 빈약해 전국철도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을 뿐 아니라 수도권의 전철마저 잦은 사고로 서민들을 골탕먹인다면 철도청의 존재의의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철도청의 공사화추진계획이 백지화된 것도 아쉬워하게 되는 것이다. 어찌됐든 이번 폭파협박 전화사건이 무사안일에 빠진 철도청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