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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와 민주화(사설)

입력
1996.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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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총선을 앞두고 지역유권자에 대한 불법적 정보유출과 이에 따른 사생활침해의 문제가 늘어나고 있다. 예비후보나 지구당의 은밀한 의뢰에 따라 심부름센터 등 용역업체가 동사무소, 신용카드회사, 백화점 등의 내부인을 통해 개인정보를 빼내거나 각종 단체에 사례비를 주고 회원정보를 구입하여 이를 넘겨준다고 한다.이러한 현상은 공명선거 분위기를 해칠 뿐 아니라 이른바 정보화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근간을 위협하는 것이다. 우리는 얼마전에 한 고급백화점의 주요고객 명단이 유출되어 이것이 표적 강력범죄에 이용됨으로써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준 사건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또한 국가업무의 투명화·효율화를 위해 모든 시민들의 주민등록사항, 금융거래, 부동산소유 등에 관한 정보를 전산화시켜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공공 데이터베이스 역시 관리가 잘못되면 심각한 사건들로 이어질 수 있다.

개인을 포함한 사회의 구성요소들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전산 수록되고 이의 정당한 통용이 확대되는 사회는 국가업무의 향상뿐 아니라 경제적 발전잠재력의 제고, 사회의 내부적 개방성 증가 등 여러가지 긍정적인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정보의 창출, 저장, 전달, 이용 등 일련의 과정이 권력이나 이윤추구동기에 기초해 소수에 의해 전횡되고 탈법화될 때, 그 사회는 가시적 폭력지배 이상의 심각한 비민주성을 겪어야 한다.

시민 개개인의 시시콜콜한 신상정보에서 경제적 사정, 정치적 태도에 이르기까지 자세한 정보가 전산자료로 만들어져 당사자들이 전혀 알지 못한 채로 정당하지 못한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고 결과적으로 시민들이 기만당하고 조작당하는 상황이 되면, 시민들은 진정한 의미의 자유를 지키기가 어렵고 사회 전체는 민주성에 치명적인 손상이 갈 것이다.

이는 일종의 「연성전체주의(SOFT TOTALITARIANISM)」 사회의 도래를 의미한다. 권위주의 군사독재를 이제야 겨우 청산해 나가고 있는 우리는 숨돌릴 틈도 없이 정보화시대의 정치적 난제를 풀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볼 때, 최근 성행하는 유권자정보의 불법거래는 한국사회가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정보화시대의 정치적 위험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권과 시민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유권자정보의 불법거래에 대한 철저한 방지책을 마련하는데 힘을 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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