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툰」·「JFK」 등 이어 현대사 재평가 시도/심리추리형식,아내도 몰랐던 「진실」에 접근문자문화가 구전문화를 계승한 이후 역사가들은 기록된 문서에 기초해 역사를 기술해 왔다. 그렇다면 영상문화가 문자문화를 압도하게 될지도 모르는 21세기는 어떨까?
다큐멘터리, 사진만 아니라 픽션영화 역시 과거역사를 읽는 교과서로 사용될 것이다. 사실 벌써 영화로 역사를 다시 쓰는 작업은 시작되었다. 베트남 3부작 「플래툰」 「7월4일생」 「하늘과 땅」과 「JFK」로 미국 현대사에 대한 「시각교정」작업을 하고 있는 올리버 스톤이 이번엔 케네디와는 완전히 상반된, 반영웅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리처드 닉슨의 「진실」을 말한다.
동부 귀족가문에서 태어나 형제들이 정계에 진출했던 존 F 케네디와 달리 서부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닉슨(앤터니 홉킨스 분)은 평생 케네디에 대한 열등감에 시달린다. 냉전 이데올로기가 팽배한 50∼60년대의 미국에서 철저한 반공주의자로, 공화당의원으로 성장한 닉슨은 정치적으로 유능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케네디와의 TV토론에서 그는 시청자들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모사꾼의 이미지를 남긴다. 매스미디어 사회에서 이러한 이미지는 치명적이다. 유능하지만 대중의 사랑을 받지못했던 닉슨은 선거에서 패배하고 변호사직으로 되돌아간다. 스톤의 주장에 따르면, 민주계의 정치노선에 깊은 불만을 갖고있던 마피아와 텍사스 대재벌들이 말콤X와 케네디형제를 살해한다. 그후 닉슨은 그들의 전폭적 지원으로 대통령에 당선된다.
미국을 움직이는 이 대조직의 대변인으로 대통령직에 오른 닉슨은 조직의 꼭두각시가 되기를 거부함으로써 워터게이트 사건의 희생자가 된다. 그래서 그의 대통령으로서의 업적, 예컨대 중국과 개방외교를 출범시킨 후 소련을 끌어들여 삼각외교를 시작했거나, 베트남전을 종식시킨 것 등은 실종되고 「거짓말쟁이 닉슨」이라는 추한 이미지만 대중의 기억에 남게 된 것이다.
그의 아내까지도 결코 알 수 없었던 닉슨이라는 인물을 일종의 심리추리극 형식으로 캐 나가는 영화 「닉슨」은 스톤의 능숙한 이미지 배열과 감정적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음향의 사용 등으로, 증오가 아닌 연민의 대상일 수도 있는 한 몰락한 거인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96년, 한국의 관객들이 닉슨의 「진실」을 꼭 알아야 한다고 생각할 지는 미지수이다.<김소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교수>김소영>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