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근본적 취약점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국민분열에 있다. 국민분열의 근본원인은 「경제력 집중」에 있다. 경제력 집중과 함께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또 하나의 질곡이 있다. 그 질곡은 우리 사회 모든 부문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장년층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그 질곡은 청소년들을 질식시키고 있다. 경제력 집중보다 더 직접적으로 국민적 삶을 황폐화시키고 있는 질곡은 바로 「교육력 집중」이다. 그 질곡은 학벌이 인생을 좌우하는 우리 사회에서 특정한 한 대학에로 모든 교육력이 집중되고 있는데서 집약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제력 집중과 교육력 집중은 서로 분리되어 있지 않다. 경제력 집중이 심화할수록 교육력 집중이 강화된다. 경제력 집중은 참다운 국제경쟁력의 초석인 자립적 국민경제의 성장을 저해하면서 경제적 대외종속을 불가피하게 만든다. 교육력 집중도 자주적 국민교육의 발전을 방해하면서 국제적 교육경쟁력의 진정한 토대인 학문적 자주성을 확립시키지 못하고 학문의 대외예속을 가속화시키게 된다.인간행복을 좌우하는 것은 경제와 교육이다. 특권적 상층 위주의 계급사회에서는 경제력 집중·교육력 집중이 노골화한다. 국민적 자유국가·정의국가에 있어서는 경제력 집중·교육력 집중이 해소된다. 지금 이 시대의 과제는 경제력 집중·교육력 집중의 해소를 통해 국민화합을 구현하는 것이다. 국민화합은 진실한 개혁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 국민들은 물론 안정 속의 개혁을 바라고 있다. 국민들이 기대하는 것은 보수를 위한 개혁이 결코 아니다. 국민들은 절대로 어리석지 않다. 국민들은 보수를 위한 개악에 대해서는 단호히 반대한다. 작년 지방선거결과가 선거 한달 전에 발표되어 국민대중들 사이에서 귀족학교라고 불리던 자립형 사립고교 설립허용안 때문이라는 것을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된다.
○교육력 집중 조장
국민들은 경제력 집중·경제적 불평등보다도 교육력 집중·교육적 불평등에 대해 더욱 날카롭고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금 국민들이 절실한 심정으로 바라는 것은 소수만의 자유만끽이 아닌 만인자유를 지향하는 역사의식에 입각한 진지한 개혁, 만인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개혁다운 개혁이다. 우리 사회의 개혁방향은 경제민주화·교육민주화 이외의 다른 것일 수 없다. 사회경제적 개혁에 있어서는 경제민주화의식이 확실히 자리잡아가고 있다. 교육개혁에 있어서는 교육력 집중을 해소하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촉진하면서 교육민주화에 역행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구체적으로 초·중·고교에서의 학생 개인 수준별 교육추진과 특수목적고 설립확대등에서 표현되고 있다.
초·중·고교에서 학생 개개인 학력수준에 따른 교육을 추진한다는 것은 결정적인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그것은 미국의 교육제도와 실용주의 교육관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학생들의 본래적 능력에는 차이가 없다. 학생들의 학력수준격차는 예외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가정의 사회경제적 배경차이에서 온다. 실용주의 교육관은 이 명백한 사실을 외면하고 학생들을 어린 시절부터 우열기준으로 구분하여 그에 적합한 교육을 개인별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학생들의 학력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의 평수에 비례하고 있다는 말이 오가고 있다. 다민족국가인 미국에서 사회주도계층의 안전과 번영을 영속적으로 보장하는데 가장 유효한 수단인 실용주의 교육관이 단일민족국가인 우리 사회에 그대로 적용되면 그것은 어린 학생들의 마음을 멍들게 하고 부모들의 가슴에 못을 박으면서 영원한 국민분열을 촉진할 것이다.
○“아파트 평수 비례”
벌써 국민들로부터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육민주화에 역행하는 교육력 집중현상은 전국 구석 구석의 모든 고교로부터 교육적 활력을 앗아가면서 특정 일류대학 진학통로가 되고 있는 특수목적고의 존재와 그 확대에서도 표현되고 있다. 과학 예술 이외의 인문사회영역에서는 고교까지는 민족자주성 교육을 충실히 하고 특수목적학교는 대학단계에서 설립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그러한 상식을 무시하고 특정일류대학 진학수단화할 것이 충분히 예상되는데도 특수목적고의 설립이 계속되는 것은 여기서도 실용주의 교육관이 허울좋은 명분아래 철저히 개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모든 교육적 병폐는 근본적으로 특정한 한 대학에로의 교육력 집중에서 연유한다.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의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우리는 미국보다 정의국가인 독일의 국민분열 아닌 국민화합에 기여하는 대학교육체제를 참고해야 한다. 지금은 국민들이 교육주권을 결연히 찾아 나설 때다. 지금은 양식있는 모든 교육자들이 우리 사회 교육문제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가를 분명히 천명할 때다. 그것만이 우리 교육과 우리 사회와 우리나라를 바로 세우는 확실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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