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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햄프셔 예선전은 「미디어서커스」 일 뿐”(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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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햄프셔 예선전은 「미디어서커스」 일 뿐”(현장에서)

입력
1996.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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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성향 대표 못 한다” 폐지론 대두/주민들 자부심 높아 공론화는 역부족뉴햄프셔는 미국 동북부에 자리잡은 인구 110만명의 작은 주이다.

우리나라 전라남북도를 합쳐놓은 규모의 이 주에는 재산세 이외에는 세금이 없어 기업하는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 인구분포는 백인 90%, 흑인 1%, 기타 9% 등이다. 유권자의 평균연령은 32.8세로 나와 있다.

눈덮인 뉴햄프셔에는 지금 전세계에서 몰려든 수백명의 기자들이 미대통령선거 예선전을 취재하고있다. 영국의 한 언론사는 맨체스터의 한 호텔에서 20개의 방을 싹쓸이 해 뉴스가 됐다.

뉴햄프셔 주민들은 4년마다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예선전을 치른다는 자부심이 강하다. 어디를 가더라도 「미국에서는 처음(First in the nation)」이라는 표어를 흔히 본다. TV를 켜도 「미국에서는 처음」이라는 자막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뉴햄프셔가 현재와 같은 형태의 예선전을 처음 실시한 때는 52년. 2차대전의 영웅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장군이 당시 이곳에서 실시된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한 뒤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 이후 이곳에서 1위를 차지하지 못한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후보로 지명된 적은 없었다. 민주당의 경우 빌 클린턴 후보가 92년 예선에서 게리 하트에 밀려 2위를 차지한 뒤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 유일한 예외였다.

그러나 매번 엄동설한에 선거를 치러야하는 이같은 예선방식에 이의를 다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이곳의 주법은 다른 주가 예선을 치르기 직전의 화요일에 예선을 치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른 주에 앞서려다 보니 엄동설한에 선거를 치러야 하는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반대론자들은 『보수적인 시골사람들이 모여사는 작은 주가 어떻게 전체 미국민들의 정치적 성향을 대표할 수 있는가』라면서 뉴햄프셔 예선전의 폐지론을 펴고 있다.

보스턴 글로브의 마이크 바니클기자는 『뉴햄프셔 예선전은 아이오와 코커스와 마찬가지로 「미디어 서커스」에 불과하다』면서 이같은 잘못된 관행을 시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바니클은 ▲동북부의 3∼4개주가 동시에 「지역예선」을 치르거나 ▲전국의 50개주가 동시에 예선을 실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적어도 뉴햄프셔에서 예선 폐지론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선거직에 나갈 생각은 포기해야 한다. 뉴햄프셔 주민들은 주지사와 상원의원 2명, 하원의원 2명 등 모든 주요 지도자들을 공화당 일색으로 선출한데 이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미국에서는 처음」이라는 명성을 빼앗길 수 없다는 매서운 결의로 가득차 있다.<맨체스터(미 뉴햄프셔주)="이상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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