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 협정 개정 등 급할 것 없다”/“국내립법과정 완료돼야 착수”/일 적극태도 불구 느긋한 자세한국과 일본의 잇단 2백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설정 방침 발표에도 불구, EEZ 경계획정 및 한일어업협정 개정을 위한 양국간 실무협의는 97년 상반기에 가서야 비로소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21일 『EEZ 경계획정을 위한 실무협의는 가칭 「배타적경제수역법」 및 시행령등 관련 국내법제정이 완료돼야 시작할 수 있다』면서 『어업협상 역시 궁극적으로는 EEZ 경계획정 결과에 연동될 수밖에 없다』고 말해 실무회의가 여건이 성숙해야 제대로 이루어질 것임을 분명히 했다.
EEZ 관련 실무협의는 독도영유권문제는 물론 양국 어민들의 이해와 관련된 민감한 사안을 다루기 때문에 각각 총선을 앞두고 있는 한일 양국의 국내정세가 입법제정과 실무협의를 늦추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일본측은 현재 우리나라 어선의 일본 근해 조업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수산업자들의 압력을 받고 있어 어업협상만은 서둘러야 한다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
이같은 정황을 감안할 때, 경계획정을 위한 실무협의는 일본이 아무리 일찍 관련법 제정을 마쳐도 우리나라의 관련 입법이 마무리되는 11월 이후나 97년에 가서야 본격화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같은 일정에는 「조용한 협상」을 원하는 양국 외교실무진의 공감대도 한몫을 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일본측은 어업협정 개정협상을 이르면 3월중에, 늦어도 5월에는 시작하자고 서두르고 있다. 일본측은 조기협상을 통해 하루속히 홋카이도등 자국 어민들의 이익을 위해 정부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측은 한일 어업협정 개정문제를 일중 어업협정 개정 및 한중 어업협정 체결과 연계시켜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어업협정 실무회의에 임하는 우리측의 느긋한 입장은 일본의 요구가 기본적으로 일본 근해에서 조업중인 우리나라와 중국어선의 조업규제를 일본이 할 수 있도록 현행 기국주의를 연안국주의로 바꾸려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기국주의든 연안국주의든 한·중·일 3국주변해역의 조업규제방식은 한가지로 통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본의 요구에 따라 연안국주의를 채택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일본 근해에서 잃는 어장손실을 같은 연안국주의를 적용해 서해에 침입하는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단속함으로써 보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우리측은 이 문제에 대한 실질적 협의가 이뤄지려면 먼저 중국이 연안국의 배타적 권리를 인정하는 EEZ를 선포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 시기가 올 하반기든 내년이든 중국이 EEZ를 선포해야만 한·중·일 3국간에 새로운 어업질서를 논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한일 어업협정 개정을 위한 실무협의는 한일간 EEZ경계획정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 외에도 중국의 EEZ선포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일본이 실무협의를 3월에 시작하자고 서두른다 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협의가 공전될 수밖에 없다는게 우리측 자세이다. 여기에는 독도영유권문제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고 한일어업협정 개정문제 역시 우리는 급할게 없다는 판단이 깔려있다.<장인철 기자>장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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