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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련 민족·종교갈등 새 불씨/켈란탄주 급진적 이슬람화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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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련 민족·종교갈등 새 불씨/켈란탄주 급진적 이슬람화 추진

입력
1996.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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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등 강력반발 속 진화부심말레이시아에 정통 이슬람국가 건설을 내걸고 탄생한 이슬람 지방자치정부가 급진적인 이슬람화 정책을 추진해 중국계 및 인도계 말레이시아인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등 다민족국가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문제의 자치주는 말레이시아 11개주 중 유일하게 야당인 전말레이시아 이슬람당(PAS)이 정권을 잡고 있는 켈란탄주. 90년 10월 켈란탄주 의회선거에서 승리, 통일 말레이시아 국민조직(UMNO)의 비주류파가 결성한 「46정신당」과 야당연립정권을 수립한 PAS는 지난해 4월 선거에서 재집권에 성공하자 본격적인 이슬람화 정책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PAS는 지난해 10월에는 12세이하의 어린이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에게 노래와 춤을 금지시켰으며 연회와 모임에서는 가족이라도 남녀가 떨어져 앉도록 의무화했다. PAS는 또 여성 이·미용사가 남자 고객의 머리를 깎지 못하도록 했으며 말레이시아의 전통극도 문화센터 이외에서는 상연을 금지시켰다.

PAS의 이슬람화 정책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1월 중순부터는 슈퍼마켓의 금전등록기를 남녀별로 나누어 계산하도록 했으며 부부라도 이 원칙을 지키게 했다.

이같은 정책에 따라 올해 라마단 기간에는 주도 코타바루 내의 모든 음식점의 영업이 정지됐으며 거리에는 코란방송만 종일 울렸다.

PAS가 이같은 급진적 이슬람정책을 추진하는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선 이슬람교 말레이시아인들이 켈란탄주 인구(130만여명)의 95%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계가 35%, 인도계가 10%를 점하는 말레이시아 전체의 인구구조와는 판이한 인구구성이다.

또 경제발전이 다른 주보다 뒤떨어져 있는 보수적인 농·어촌지역이라는 사실도 급진적 이슬람화의 토양이 되고 있다.

PAS의 이같은 이슬람화정책에 중국계 등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여당에서 제2세력으로 자리잡고 있는 말레이시아 화인협회는 『이 나라는 말레이시아인만의 나라가 아니다. 이슬람교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이슬람화정책은 불평등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켈란탄주의 급진적인 이슬람화 정책추진은 온건 이슬람을 표방하는 마하티르 총리의 연립여당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마하티르 총리는 8일 부랴부랴 켈란탄주를 방문, 민족간 갈등의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중국계 등 다른 민족의 반발과 중앙정부의 관여에도 불구, PAS는 이슬람화정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말레이시아에 정통 이슬람국가가 건설될 때까지 정치투쟁을 계속한다는 방침을 천명하고 있다.

다민족국가로 지속적인 발전을 해온 말레이시아에 종교와 민족간의 갈등이라는 새로운 암초가 등장한 셈이다.<조희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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