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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로원 생활 황손의 설밑 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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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로원 생활 황손의 설밑 임종

입력
1996.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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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친왕 8남 이경길옹 「영욕75년」 마감/“영구귀국 이구씨 손꼽아 기다리더니…”20일 하오 경기 안성군 보개면 천주교 공원묘지에서는 고종의 손자이경길옹의 삼우제가 열렸다.

후손없이 치러지는 쓸쓸한 삼우제였다. 이옹은 고종의 다섯째 아들인 의친왕의 여덟번째 아들. 설을 이틀 앞둔 17일 하오 2시30분께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 「평화의 모후원」양로원에서 조용하게 영욕의 삶을 마감했다.

조카 이초남씨(52)등 종친 몇명과 천주교 수원교구소속 신부 수녀등 10여명만이 그를 임종했다. 향년 75세.

이옹은 평생을 독신으로 지냈다. 어린시절 일본에서 지내다가 귀국한뒤 한때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실패, 88년 영친왕 부인 이방자여사가 타계 할때까지 창경궁 낙선재에서 기거했다. 이옹은 이후 여관등을 전전해오다 성공회 진성만 신부(81)의 주선으로 90년 2월 무료 사회봉사시설인 평화양로원으로 옮겼다.

이옹은 양로원생활중 고종의 영정복사본과 의친왕의 낡은 사진첩을 소중히 간직하면서 가끔 동료노인들에게 어린시절 왕실의 추억을 회고하기도 했다.

거동이 불편했던 그는 말년에 미사에 매일 참여하는등 돈독한 신앙심을 보였다. 별세 하루전날 이옹은 점심식사를 마친뒤 갑자기 호흡곤란이 오자 『신부님을 불러달라』고 청해 「종부성사」를 받았다.

양로원관계자들은 『영친왕과 이방자여사의 외아들 이구씨(65)가 영구귀국하자 무척 기뻐하면서 이씨와의 만남을 손꼽아 기다려왔다』고 전하면서 이옹의 별세를 안타까워 했다.<수원=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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