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목청 높아 경제문제 제치고 올대선 최대현안/예산 적고 교내폭력 등 횡행 “교육환경 위험수위”/뉴욕주 초등학교 3학년 3명중 1명꼴 읽기 「까막눈」미국의 교육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인들은 현재의 교육환경아래서는 미래에 충분히 대비할 수 없다고 말한다. 특히 미국 교육제도의 근간인 공립학교 교육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국제경쟁력에 대처할수 없을만큼 낙후돼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미국인들의 이같은 위기의식은 올해 대통령선거에서 교육문제가 최대현안으로 부각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USA투데이지와 CNN방송이 성인 1,000명을 상대로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7%가 공립교육의 질이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교육이 경제문제등을 제치고 대선 최대현안으로 떠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만큼 교육문제가 심각함을 보여준다.
교육문제는 물론 미국의 새삼스런 고민거리가 아니다. 이미 지난 92년 대선에서도 주요 이슈로 부각, 빌 클린턴 대통령은 교육개선안인 「목표 2000」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교육대통령」을 자임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공약과는 달리 공립학교 교육의 질이 계속 떨어진다고 여기고 있으며 공립학교를 아예 외면하는 추세도 늘고 있다. 사설 교육연구기관인 퍼블릭어젠다가 일반인 교사 고위관료 경영인등 각계각층의 2,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60%가 공립학교를 불신했다. 이들은 영어 수학 과학 역사 지리등 모든 기초학문과 실생활에 필요한 실무교육에서 공립학교는 사립학교에 현저히 뒤진다고 믿고 있다. 특히 경영인 및 고위관료중에서는 3%만이 「학생들이 많은 지식을 배우고 있다」는데 동의하는 등 공립학교는 기본적으로 지식교육에 소홀하다는 반응이었다. 또 공립학교는 각종 범죄에 노출돼 있어 더이상 안전한 교육의 장이 아니라는 응답도 31%에 달했다.
교내폭력과 난잡한 교실분위기 때문에 정상적인 수업마저 힘들다는 지적이다. 결국 재정적 여유가 생기면 사립학교를 선택하겠다는 게 전반적인 반응이었다. 데보라 와츠워스 퍼블릭어젠다 상임연구원은 『미국인들은 전체 학생중 90%가 다니고 있는 공립학교의 중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지원에는 인색한 이중적인 면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에따라 사립학교의 인기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사립학교 학생수는 전년도에 비해 2.6%, 캘리포니아주에서는 3.8%나 증가했다. 한반의 학생수가 10명정도로 24명선인 공립학교의 절반도 안되고 교육환경이 뛰어나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미국의 행정당국도 공립학교 교육의 심각성을 모를리 없다. 50개주 주지사들은 최근 전체모임에서 교육문제를 주요안건으로 삼고, 이를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들은 기초학문의 수준을 한단계 높이기로 하는 등 교육개혁에 관한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누구도 이에 필요한 재원마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실천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교육행정가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실태는 위험수위를 넘는다. 일례로 뉴욕주 교육국에 따르면 주내 초등학교 3학년중 3명에 1명은 교과서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 특히 뉴욕시의 경우 35%만이 3학년에서 요구되는 읽기능력을 충족시켜 충격을 주고 있다.
루돌프 크루 뉴욕시교육감은 『초등학교 3학년까지 독해력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면 평생 회복하기 힘들다』며 『읽기능력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말했다. 뉴욕시는 이를위해 올가을부터 학사일정을 재조정, 적정기준 미달학생에 대해서는 주말보충수업등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고등교육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미국 공립고등학교 졸업생중 영어 수학 과학 사회과목을 제대로 이수한 학생은 39.8%, 컴퓨터와 외국어까지 이수한 학생은 17.3%였다.
이는 프랑스와 일본등 경쟁국에 비해 절반수준에 불과하다. 교육전문가인 폴 개그넌씨는 『교과과정의 난이도면에서 보면 이들 나라와 비교조차 할 수 없다』며 『미국은 질적인면에서나 교육의 평등한 분배면에서 모두 실패했다』고 단언했다. 그는 따라서 외국어등의 이수를 의무화하고 졸업생들의 자격시험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육계 일각에서는 연방정부차원에서 학교표준(National Academic Standard)을 설정, 교과과정 전반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방정부가 교육개혁을 위한 모범전략을 세워 각 지방정부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예산이 줄어 과밀학급이 늘고 교사부족으로 일부과목을 폐쇄하는 상황에서는 교육개선이 공염불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최소한 교육예산만은 삭감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키스 가이거 전국교육협회(NEA)회장은 『공립학교가 사립학교보다 못하다는 인식자체가 잘못』이라면서 『문제가 있다면 이를 고치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뉴욕=김준형 특파원>뉴욕=김준형>
◎교육개선책/“공립학교틀속 사립 장점 살린 차터스쿨/자퇴감소·성적향상 등 효과 도입 확대를”
미국의 교육문제전문가들은 교육개선책의 하나로 차터스쿨(Charter School)의 확대를 제시하고 있다. 차터스쿨은 공립과 사립의 장점을 살린 실험적 학교로 캘리포니아등 21개주에서 운영되고 있다.
학생중심학교, 시범학교등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는 차터스쿨은 주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일정 자격을 갖춘 사람은 자유로이 학교운영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 공립학교의 틀은 유지하되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각종규제를 받아온 학교운영에 탄력을 주겠다는 게 주목적이다.
차터스쿨은 지역의 실업인, 일반 학부모, 후원회등이 교육환경 개선이라는 공공선을 목표로 힘을 합쳐 운영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이윤을 노린 개인이나 기업도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은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흑자경영도 가능케 한다. 운영자들은 학생들에게서 별도의 등록금을 받을 수 없지만 학생수에 따라 주정부로부터 공공기금을 받으며 개인적인 후원금도 조성할 수 있다.
차터스쿨은 누구나 공립학교 비용으로 입학할 수 있으며 공립학교와 마찬가지로 교육위원회등 정부기관의 감독을 받는다.
특정 종교등이 사적인 목적에 따라 운영하는 사립학교와는 달리 공적책임을 지며 학과과정도 공립학교와 똑같다. 91년부터 차터스쿨을 도입한 필라델피아에서는 그동안 학생자퇴율감소, 성적향상, 학부모의 참여증진등 많은 문제가 개선됐다는 연구조사도 나오고 있다.
차터스쿨은 현재 모두 200여개교가 운영중인데 미 전국교육협회(NEA)도 이를 권장하고 있어 숫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인터뷰/미 전국교육협 조안나 아이디 위원/“공립교육 환경개선·신뢰회복에 주력/소수위한 교육 미국이념과도 안맞아”
미국 공립학교 교사등 220만명이 가입해 있는 전국교육협회(NEA) 조안나 아이디(50) 대외협력전문위원은 『미국의 공립학교는 민주시민 양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디위원은 공립교육은 민주시민에게 필요한 지식과 자질을 길러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제도로 학생들은 학교에서 권리와 책임을 체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교육은 개인보다 공공의 이익이 중요함을 깨닫게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하며 다민족 사회인 미국에서는 특히 공동체의 소중함을 느끼게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아이디위원은 학부모들이 사립학교를 선호한다는 여론조사에 대해서는 『사립학교는 인종, 종교, 정치적 이해에 따라 교육내용을 달리하는 일종의 고립된 사회이기 때문에 자칫 적대감을 싹트게 할 우려가 있다』고 전제한 뒤 『공립학교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학부모와 사회의 노력으로 충분히 치유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NEA는 공립교육에 대한 미국인들의 신뢰회복에 주력하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사립학교의 잔디가 좀 더 푸르게 관리되고 있다는 정도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디위원은 공립교육의 질이 사립학교에 비해 떨어진다는 비판에는 『공립학교 교사들은 타인과의 유대를 학업보다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각종 평가시험에서 공립학교 학생들은 사립학교 학생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지체부자유자와 지진아의 예를 들며 『공립학교는 학생들의 신체적 정서적 차이에 따라 적절한 교과과정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소수를 위한 교육은 미국의 이념과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공립학교를 개선하기 위해 차터 스쿨(Charter School)운영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교육개선안 마련에 분주한 민주 공화 양당에 대해 『현장을 무시한 개선안은 무의미하기 때문에 교사들의 참여정도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1857년에 설립,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있는 NEA는 초중등 교사는 물론 예비교사들과 교육전문가들도 가입할 수 있으며 미국 전역에 1만3,250개의 지부를 두고 있다.<워싱턴=이종수 특파원>워싱턴=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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