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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캐넌,인종차별주장 “파문”/달아오른 미 대통령 선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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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캐넌,인종차별주장 “파문”/달아오른 미 대통령 선거전

입력
1996.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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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부인과 결혼 필그램 비방 유인물 이달초 배포/“추잡한 사기극” 부인불구 향후 공화후보전 핫이슈/필 그램은 “대통령보다 아내 선택” 중도사퇴패트 뷰캐넌 미공화당 대통령후보의 선거참모들이 이달초 루이지애나 코커스 당시 그의 라이벌이었던 필 그램 상원의원의 한국계 부인 웬디 그램여사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내용이 담긴 유인물을 돌린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뷰캐넌측은 루이지애나 코커스가 실시된 6일 일부 행사장에서 그램과 웬디의 사진이 담긴 유인물을 유권자들에게 배포했는데 여기에 백인인 그램이 유색인종인 웬디와 결혼한 사실을 비방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램측에 따르면 그램부부의 사진에 붙어 있는 설명에는 『상당수의 보수파 유권자들은 그램의 결혼배경 때문에 그에게 표를 주지 않을 것이다. 그는 아시아인과 결혼하기 위해 백인부인과 이혼한 사람이다』라고 쓰여 있었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5위라는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중도사퇴한 그램의원은 18일 뉴햄프셔주의 맨체스터에서 밥 돌후보를 지지하는 집회를 가진 자리에서 『지도자의 주변 인물을 보면 그의 품성이 제일 잘 드러난다고 어떤 철학자는 말한적이 있다』면서 자신과 웬디에 대한 뷰캐넌진영의 인종차별적 행태를 꼬집었다. 그램은 선거전이 본격화하기전 부인의 피부색이 백악관 입성에 장애가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나는 대통령과 웬디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대통령보다는 웬디를 선택할 것』이라고 대답했을 정도로 아내 사랑이 남달랐던 인물. 따라서 아내의 피부색을 물고 늘어진 뷰캐넌진영에 대한 분노도 더 컸던 것이다.

그러나 뷰캐넌측은 그같은 유인물을 배포한 사실을 부인하면서 『이는 우리측에 대한 추잡한 정치사기극』이라고 반박했다. 뷰캐넌은 19일 콩코드시 북부의 한 벌목지대를 유세차 방문하던중 이에 관한 질문을 받고 『그(웬디)는 각료로 기용돼도 손색이 없을 만큼 명석한 여성이며 나는 그를 존경한다』면서 자신이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난을 일축했다. 그는 그러나 그램부부에게 사과할 의향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회피했다.

뷰캐넌은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기 하루전인 15일 그의 친구이자 공동 선거운동본부장이던 래리 프래트가 백인우월주의자들과 수차례 회합한 사실이 드러나자 그를 「휴가」 명목으로 일선에서 퇴진시킨 바 있다. 프래트는 92년 콜로라도주에서 한 민병대단체가 개최한 집회에서 백인우월주의를 역설하는 연설을 했는데 이 자리에는 극우파 우월주의자집단인 쿠 클랙스 클랜(KKK)의 전택사스주 대표 루이스 빔, 신나치 그룹인 「아리안의 국가」 창설자인 리처드 버틀러등도 참석했다고 미언론들은 전했다. 뷰캐넌은 또 자신의 선거운동본부의 마이애미지부장을 맡고 있던 한 여성이 백인우월주의 단체와 관련이 있다는 보도가 나간뒤 그녀를 전격 교체하기도 했다.

미언론들은 뷰캐넌의 측근뿐만 아니라 스티브 포브스후보의 참모진 가운데도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섞여 있다면서 일부 후보들이 백인유권자들의 인기에 영합하기 위해 「인종카드」를 구사할 가능성을 경계했다.<맨체스터(미 뉴햄프셔주)="이상석" 특파원>

◎유설현장서 본 뷰캐넌/미 제일주의 향한 구호 “섬뜩”

『미국에 대해 무역장벽을 쌓고 있는 일본, 중국등에 대해서는 수입관세를 부과해서라도 미국산 제품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겠다』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치고 국민방위군을 투입해 불법이민을 막겠다. 합법이민도 5년간 동결하고, 불법이민자에 대한 복지혜택을 중단하며, 이민규제법을 강화하겠다』

미공화당의 대권후보 지명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패트 뷰캐넌(57)의 대선공약이다. 이른바 「미국제일주의」로 불리는 뷰캐넌의 정책은 경제적으로 미국산업 보호주의, 대외적으로는 고립주의 내지는 불간섭주의 형태를 취해 가고 있다.

뉴햄프셔 예선전을 하루 앞둔 19일 하오. 영하의 날씨속에 콩코드시 동북부 산림지대인 반스테드의 한 원목저장소를 유세차 방문중이던 뷰캐넌으로부터 미국 우선주의의 실체를 실감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외국 특파원인데 한가지 질문을 하겠다』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미국 특파원의 질문이라면 더 좋겠는데』라며 농담을 했다.

기자마저도 외국출신보다는 미국출신을 선호한다는 그의 농담속에 숨어 있는 미국제일주의를 한 보수파 정객의 객기로만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 공화당 대선후보 지명전을 통해 벌어지고 있다.

뷰캐넌은 낙태반대를 옹호하는 중상류 지식층과 저소득층 보수파 유권자층을 기반으로 대선 선두주자인 밥 돌후보를 코너로 몰고 있다. 이에 따라 돌후보마저도 뷰캐넌의 미국우선주의를 부분적으로 흉내내고 있는 상황이다.

대선일(11월5일)이 아직도 한참 남아 있는 현시점에서 「뷰캐넌대통령」을 거론하기는 물론 시기상조이다. 하지만 뷰캐넌이 20일의 뉴햄프셔 예선전에서 밥 돌을 밀어내고 선두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경우 그가 표방하는 미국제일주의에 대한 경계심은 한층 높아질 것이다.<콩코드(미 뉴햄프셔주)="이상석" 특파원>

◎뉴햄프셔 예비선거 이모저모/돌·뷰캐넌·알렉산더 뜨거운 설전/인신공격 난무… 인터넷 이용 공약대결도

뉴햄프셔 예선의 최대 관심사는 공화당의 밥 돌, 패트 뷰캐넌, 라마 알렉산더 등 세 후보중 누가, 어느 정도의 표차로 선두를 차지하느냐이지만 이와 함께 순위가 어떻게 되느냐도 관심거리이다.

돌후보가 뷰캐넌에게 1위자리를 내주고 2위에 머무르는 경우는 커다란 문제가 없겠지만 라마 알렉산더후보에게까지 밀려 3위로 전락하는 경우 회복이 힘들 정도의 치명타를 입게 된다.

반면 뷰캐넌후보는 최악의 경우 3위를 차지하더라도 곧바로 사퇴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12일의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3위를 차지한 알렉산더후보는 이번에도 3위내 진입을 노리고 있다. 만일 2위로 올라서게 되면 그의 구호인ABC(Alexander Beats Clinton―알렉산더만이 클린턴을 이긴다)는 한층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이다.

○…공화당의 밥 돌, 패트 뷰캐넌, 라마 알렉산더등 3후보는 19일 유세를 통해 우세가 예상되는 상대후보를 겨냥, 뜨거운 설전을 벌였다.

패트 뷰캐넌은 밥 돌은 워싱턴 정가의 타협가라고 비난하며 「뷰캐넌이 돌을 누른다(BCD:Buchanan Cobbers Dole)」는 구호를 외쳤다.

밥 돌은 『뷰캐넌은 너무 극단적이고 알렉산더는 너무 자유주의적이어서 대통령으로 적합하지 않다』며 자신이 국정을 이끈 경험이 있는 「정통 보수주의자」라고 선전했다.

한편 다크호스 라마 알렉산더는 이날 뷰캐넌을 「선택할 수 없는 인물」, 돌을 「아이디어가 없는」인물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미대통령 선거운동과정에서는 밥 돌, 패트 뷰개넌, 라마 알렉산더등 공화당의 주요후보 5명 외에도 뉴욕타임스 CNN등 신문·방송사들이 인터넷 사이트를 적극적으로 활용, 본격적인 「사이버 선거전 시대」의 문을 열었다.

정치인들은 월드 와이드 웹을 이용, 자신의 공약사항을 문자와 육성 그리고 동화상으로 제공하거나 개별 유권자들에게 전자우편을 직접 보내기도 한다.

이같이 인터넷 활용붐이 인 것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것은 물론 선거비용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밥 돌진영은 지난해 9월 1만5,000달러를 들여 인터넷 선거캠프를 개설, 월 1,200달러의 유지비로 TV광고이상의 광고 효과냈다고 한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따로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하지는 않았지만 백악관과 민주당의 인터넷 사이트를 선거전에 활용하고 있다.

이외 신문잡지사들도 인터넷을 이용해 각종 여론조사자료와 각 후보자들의 발언내용등을 제공하고 시민들이 쉽게 참여해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 정치인이 아닌 일반인들도 후보자와 각종 이슈나 선거절차등에 관한 자료를 모아 인터넷에 제공하고 있다.<맨체스터(미 뉴햄프셔주)="이상석" 특파원>

◎뉴햄프셔 예비선거 의미/“이곳서 지면 대권없다”… 예외 클린턴뿐

『뉴햄프셔주에서 웃는 후보가 마지막 승자가 될 수 있다』

20일의 뉴햄프셔선거는 미대통령선거에 나서기 위해 뛰고있는 민주·공화 양당의 예비후보중 누가 최종후보로 나갈 것이냐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전통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있다.

공화당의 뉴햄프셔주 선거대의원수는 16명으로 전체 대의원수 1,982명의 1%에도 못미치지만 지난번 아이오와 코커스와는 달리 선거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이오와 코커스가 예선을 통과할 가능성이 있는 후보를 서너 명정도 추리는 것이라면 뉴햄프셔선거는 최소한 본선에 나갈 후보를 2명으로 압축하는 것이라고 할 수있다.

미선거절차가 대폭 변경된 68년 이후 뉴햄프셔예비선거는 그동안 민주와 공화 양당으로 나뉘어 12번 실시됐다.

그런데 이 예비선거에서 양당후보중 1위를 차지하지 못한 후보가 소속당의 후보로 지명된 경우는 세차례뿐이었다. 72년 조지 맥거번, 84년 월터 먼데일, 92년 빌 클린턴 등은 민주당후보로서 각각 뉴햄프셔선거에서 2위를 차지했으나 가까스로 역전에 성공, 대통령후보로서 나서게 됐었다.

하지만 먼데일의 경우 뉴햄프셔에서 승리한 이후 대세를 장악해 나가던 게리 하트후보가 섹스 스캔들로 도중하차하는 바람에 민주당대통령후보로 결정됐기때문에 실제로 단 2명만이 뉴햄프셔의 패배를 극복한 셈이 된다. 특히 뉴햄프셔에서 1위를 차지하지 못하고도 대통령으로 당선된 경우는 클린턴이 유일하다.<이장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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