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처럼 나타나 4년동안 가요계를 뒤흔들었던 「서태지와 아이들」이 은퇴를 선언하고 미국으로 떠난후 그를 못잊는 사람들은 서태지 기념사업을 준비하며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그들은 자기자신이 서태지를 좋아할뿐 아니라 「태지오빠」가 은퇴하면 죽어버리겠다고 울부짖던 소녀팬들을 다둑거려 주려는 어른들이다.그들은 서울 연희동에 있는 서태지의 집을 사서 90년대 청년문화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그 집 지하에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작업하던 「테크노 태지 스튜디오」가 남아 있다. 그 집은 서태지 기념관으로 꾸미되 각종 이벤트, 대중음악 강습, 예비음악인들의 작품발표회등을 열고 대중음악 정보 및 관련자료를 제공하는 센터로 만들 계획이다.
집을 사서 새 문화공간으로 꾸미는데 필요한 예산 1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팬들로부터 1만원씩 모금하는 방안, 대기업 문화재단에 지원을 요청하는 방안등이 추진되고 있다. 서태지가 과연 기념관을 남길 정도의 대중예술가인가라는 논란도 있지만, 그들이 상징했던 자유와 도전의 실험정신을 90년대 청년문화의 이정표로 삼아 뜻있는 문화공간을 꾸며가자는 주장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짧은 시간에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것은 그의 음악이 우리사회의 예민한 취약점, 청소년들의 억눌린 갈망을 때렸기 때문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그들의 음악과 노랫말은 또 상당한 수준을 유지하여 어른들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자녀들이 도대체 왜 서태지에게 열광하는가, 알아들을 수조차 없는 그들의 노래에 무슨 매력이 있단 말인가 라고 궁금해하며 그의 음반을 사서 듣던 상당수의 부모들이 서태지의 팬이 되었다.
불길처럼 치솟았던 그들의 인기에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면, 오빠부대의 광란이「서태지 현상」의 전부가 아니라면, 서태지의 집을 의미있는 문화공간으로 만들자는 주장에 귀기울일만 하다. 그러나 그 집은 서태지의 은퇴를 기정사실화하는 집이 아니라 컴백을 기다리는 집이 돼야 한다. 서태지는 은퇴하기에도, 기념관을 갖기에도 너무 어린 나이다. 창작의 고통을 견딜 수 없어 떠난다고 말했던 그들은 바로 그 창작의 고통을 잊지못해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사람들이다. 짧고 뜨거웠던 성공과 인기가 형벌이나 낙인이 될 수는 없다. 서태지 기념사업은 서태지를 기다리기 위해서 추진돼야 한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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