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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현금수송(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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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현금수송(사설)

입력
1996.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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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성모병원내 조흥은행출장소의 3인조 살인강도사건을 보면서 범죄꾼들의 범행 수법은 날로 흉포화하고 잔악해지며 지능화하는데 비해 경찰과 범죄대상주체들의 대응자세는 태평스러운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케 된다.또 많게는 수십억원, 적어도 수천만원의 현금과 수표를 출장소에서 지점, 지점에서 본점으로 이송하는 은행 등 금융기관의 현금 수송체계가 이처럼 허술해 가지고서야 날로 지능화하는 범죄꾼들 앞에서 어떻게 부지할 수 있을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은행 등 금융기관에 상주 근무하는 청원경찰의 근무 자세도 기본부터가 안돼있음이 이번 사건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청원경찰이 현금을 차에 싣는 은행원들을 호위했다면 적어도 살해당하는 것만이라도 막았을지 모른다. 청원경찰이 수위가 할 셔터문이나 내리고 있었다니 말이 안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은행갱하면 사제폭발물이나 모의 권총으로 은행원을 위협해 겁을 주고 창구에 있는 현금과 수표를 털어가는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이제 범인들은 단칼에 사람을 살해하고 돈을 털어 가는 잔학성을 보일만큼 범행 수법이 흉포화해졌다.

범행 다음날 범인들이 잡힌건 다행이지만 이런 범죄가 경찰의 설밑 방범비상령속에 버젓이 일어난 것이어서 국민들의 범죄에 대한 불안심리는 확산될 수 밖에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물론 4천5백만명이 모여 사는 나라의 민생치안을 15만경찰이 완벽하게 수행하리라고 기대하는 것부터가 무리일는지는 모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단 터진 범죄에 대응하는 경찰의 자세는 너무나 실망스럽다. 이번에도 사건 발생신고 2시간만에 출동할 정도의 경찰 기동력이라면 범인들이 달아날만큼 달아나도록 놓아줬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다 할 것인가. 그런 후에 검문검색을 펴는 것이야말로 버스 떠난뒤에 손드는 격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국가가 국민들에게 세금을 거두는 첫째 이유는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 주는데 소요되는 경비를 국민들이 부담한다는 원리인 것이다. 국가가 그 책무를 제대로 못한다면 국민들이 조세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만 하는 이유를 따져볼 필요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경찰의 역할과 기능의 성실한 수행을 촉구하게 되는 것이다.

현금이송을 많이 하는 은행등 금융기관도 현금수송체계를 신속·정확·안전하게 보장할 수 있는 제도를 스스로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 아무리 경찰병력을 늘린다 해도 은행지점이나 출장소의 현금수송까지 지켜줄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경찰의 방범비상망이 더 이상 허점을 드러내서는 안되리라고 믿는다. 남들이 쉬고 잠잘 때 일해야 하는 경찰의 고충을 알면서도 「좀 더 잘해 달라」는 요구를 하는 까닭은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보호가 경찰의 첫번째 책무이기 때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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