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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알 수 없는 나라 북한/윤순환 국제1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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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알 수 없는 나라 북한/윤순환 국제1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6.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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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이목을 평양으로 쏠리게 했던 「북한군 하사 망명기도사건」은 우리에게 복합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북한군 조명길 하사가 평양주재 러시아 무역대표부에서 북한 경비병 3명을 사살한 뒤 망명을 요구하며 농성한 사건은 우리에게 이중의 충격이었다. 그 하나는 북한의 심장부에서 그러한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 자체이고 또 하나는 사건의 진행상황이 거의 같은 시간대에 세계에 전해질 수 있었다는 점이다. 물샐틈 없는 통제사회라는 음습한 신화가 허물어지고 검은 베일에 꼭꼭 가려져 있던 어지러운 내부가 갑자기 밝은 햇살아래 노출된 느낌이었다. 상황은 25시간만에 신속하게 종결됐다.

그런데 조하사가 사살됐다는 평양주재 러시아 이타르 타스 통신특파원의 보도에 이어 러시아 외무부의 자살 발표가 있었고 그 뒤 북한 당국의 조하사 생존 주장이 나왔다. 보도 또는 발표 주체가 바뀜에 따라 사살이 자살로, 또 죽었다는 사람이 「부활」하는 「혼선」과 「기적」이 연출됐다.

북한 당국은 16일 관영 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조 하사가「정신이상자」라는 설명과 함께 그가 살아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살아있다는 조 하사가 어디에 있는 지, 그의 정확한 신원에 대해서 북한 당국은 침묵하고 있다. 「조 하사 생존」 주장이 있던 바로 그 날 북한은 태국의 네이션지에 『조선인민은 해바라기가 태양을 바라보듯 김정일을 따르고 있다』는 내용의 전면광고를 냈다. 김의 장남을 낳은 전처가 「태양」을 등졌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북한 정권은 아직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마술을 부릴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일까. 북한 지배층은 자신들이 인민으로부터 불신받고, 외부세계로부터 고립되고 있다는 사실을 눈감고 귀막으면 해결된다고 여기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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