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명절마다 장애아 시설 찾아 자장면 공급/15년 숨은봉사… 이번연휴에도 수백명분 준비서울 양천구 목동 5거리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강희종씨(43·서울 양천구 신정5동)는 일요일과 휴일 명절마다 자장면을 만든다. 이번 설연휴에도 그는 자장면을 수백 그릇 만들 것이다. 손님을 위해서가 아니다. 그가 15년동안 쉬는 날마다 자장면을 만들어온 곳은 장애아 수용시설이다.
그 역시 두 다리를 저는 지체부자유자이다.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즐거운 마음으로 자장면 만드는 기계를 차에 싣고 돌아 다닌다.
강씨가 아무도 모르는 이 일을 시작한 것은 81년 부인이 딸 강화정씨(21)를 낳고 출산후유증으로 숨진 뒤부터다. 주위에서는 몸도 불편하고 가정형편도 어려운데 엄마 없이 어떻게 키우겠냐고 고아원에 보내거나 입양을 권유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강씨는 딸을 훌륭히 키우겠다는 각오와 함께 이때부터 고아들이나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지체부자유자들을 돕겠다는 생각을 품었다고 한다.
어디서나 쉽게 사먹을 수 있는 자장면이지만 수용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아동들은 평소에 맛보기가 쉽지 않아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분식집에 있는 기계를 봉고차에 싣고 수용시설에 도착하면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들이 문 밖에 나와 기다립니다. 아이들은 자장면 그릇을 양념 하나 남기지 않고 깨끗이 비웁니다』
그는 이번 설날에 경기 김포군의 중복장애아 시설인 「프란치스코의 집」을 갈 예정이다. 설날 선물이므로 다른 언제보다도 정성으로 자장면을 만들 생각이다. 강씨가 주로 다니는 곳은 정박아수용시설인 경기 포천군 「남사랑 재활원」, 중복장애아시설인 경기 양평군 「평화의 집」, 정신지체장애아시설인 서울 사당동 「사랑손」, 양천구 신정동 「SOS어린이마을」등.
일요일 하루동안 2∼3곳을 돌며 자장면을 만드는데 드는 비용은 재료비만 월 50여만원. 5평 남짓한 허름한 분식집과 월세 6만원의 단칸방에서 살고 있지만 『먹고 살만큼만 벌면 되지 않느냐』는게 그의 생각이다.
강씨의 봉사활동은 소리가 없다. 표창장 하나 받은 일이 없다. 한 아주머니가 밀가루 값으로 선뜻 1백50만원을 내놓고 가고 주위 사람들이 가끔 도와주는게 전부다. 그래도 그는 행복하고 언제나 일요일이 기다려진다.<정진황기자>정진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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