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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드러난 러 대권레이스/옐친­주가노프 보혁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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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드러난 러 대권레이스/옐친­주가노프 보혁격돌

입력
1996.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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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대권 레이스의 막이 올랐다.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15일 고향인 예카테린부르크에서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 정중동상태에 있던 대권경쟁에 불을 댕겼다. 이번 선거는 국민들이 직접 국가 최고통수권자를 선출하고 러시아의 개혁정책을 중간 평가하는 무대라는 점에서 향후 러시아의 진로를 가늠할 극히 중요한 정치행사이다.옐친대통령의 이날 선언은 그의 건재를 알리는 신호인 동시에 또 한번의 정치적 도박으로 유권자들은 받아들이고 있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지난해 7월과 10월 두차례나 심장병으로 쓰러진 옐친대통령이 정치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더 이상 일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그는 1월 중순 세계를 경악 속으로 몰아넣은 체첸반군의 집단 인질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강력한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되살려 대권경쟁에 나갈 수 있는 발판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옐친대통령의 재선 전망은 그리 밝은 편이 아니다. 지난 대통령선거(91년)에서 얻은 57.3%의 지지에는 못미치더라도 당선은 무난하리라고 예상하던 전문가들마저 옐친이 이번 대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 여론조사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국민들의 옐친 지지율은 5.4%에 불과,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당수(11.3%)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다. 유력일간지 네자비시마야도 1월말 현재 주가노프가 대선에서 승리할 확률이 35%로 옐친(30%)을 처음으로 앞질렀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옐친의 약점으로 건강과 민주투사 이미지의 퇴색 등을 들고 있다. 그는 체첸의 독립움직임을 무력으로 진압하려다 무익한 유혈사태를 초래했고 예고르 가이다르 전총리대행 등 범민주진영의 지지를 상실했다. 또 그의 건강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도 재선가도에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옐친진영은 이처럼 바닥을 기고 있는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선거 이벤트를 구사하고 있다. 소스코베츠 부총리 등 핵심인사들이 2월 초 모스크바 문화회관에서 옐친대선운동본부를 정식 출범시켰으며 철강산업분야와 가스에너지분야 등 주요 6개단체로부터 옐친에 대한 지지선언을 이끌어냈다. 특히 체르노미르딘 총리는 8일 나쉬돔 로시야(우리집 러시아)의 간부회의 석상에서 옐친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옐친이 고향인 예카테린부르크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한 것도 인기회복을 위한 작위적 연출의 성격이 짙다.

옐친은 이제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 그러나 대권고지는 5년전과는 달리 어쩐지 멀어 보인다.<모스크바=이진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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