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타·화장실 감금 등 가혹행위/4차례 입원… 자다가도 헛소리심장병을 앓아 몸이 불편한 고등학생을 같은반 친구 5명이 1년동안 담뱃불로 지지거나 송곳으로 찌르는 등 악랄하게 괴롭혀온 한국판 「이지메(집단학대)」사건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16일 선천성 심장판막증을 앓고 있는 급우를 상습적으로 폭행해온 최모군(16·Y고2) 등 4명을 폭력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1명을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군 등은 지난해 3월초부터 같은반 친구 장모군(16)이 심장병으로 신체가 허약한 것을 알고서 1년여동안 수십가지 방법으로 가혹행위를 하거나 상습구타한 혐의다. 이 때문에 장군은 지난 1년간 정형외과에서 무릎관절 이상으로 치료를 받는 등 4차례 병원에 입원했으며 부모에게 『이민을 가자』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경찰조사 결과 최군등이 교실이나 운동장에서 저지른 가혹행위는 쓰러질 때까지 양쪽 뺨 때리기, 손가락에 연필 끼워 돌리기, 손바닥을 펴놓고 송곳으로 찍기, 화장실에 가두기, 점심 못먹게 하기 등 29가지나 됐다. 이밖에 고교생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악랄한 가혹행위도 많았다.
장군의 어머니 최모씨(53·K초등학교 교사)는 『아들이 자다가 깨 두손으로 물건을 바치는 동작을 하고 헛소리를 하는 등 정신이상 증세마저 보였다』며 『가끔 아들이 몸이 붓고 멍이 들어 집에 왔으나 운동하다 다쳤다고 말해 처음에는 그대로 믿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아들이 『학교에 가기 싫다』 『이민을 가자』고 계속 하소연하자 추궁 끝에 이같은 사실을 알고 지난해 7월 학교측에 알렸다.
그러나 학교측은 가해학생들에게 「이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면 어떠한 처벌도 받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는데 그쳤고 아무런 징계를 하지 않았다. 장군은 이후 더욱 심하게 가혹행위를 당했고 어머니 최씨는 12일 아들이 손등에 50군데나 송곳에 찔린 자국을 보고 가해학생들을 경찰에 고발했다.<최윤필·배성규기자>최윤필·배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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