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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씨 망명지 서울 실현될까/김정일 전처 탈출­자매행선지 이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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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씨 망명지 서울 실현될까/김정일 전처 탈출­자매행선지 이견설

입력
1996.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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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적주도 언니는 서울행 주장/혜림씨,북 아들 해입을까 머뭇현재 유럽에 은신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의 전처 성혜림씨 일행의 잠적사실이 알려진지 4일째인 16일이 되도록 망명을 위한 구체적 절차를 밟지않고 있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특히 사건 초기에 서울행을 암시했던 정부 당국자들은 이같은 정황에 대한 설명없이 『안전한 상태에 있다』면서도 『언론보도가 앞서나가 이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말하는등 망명 시나리오에 모종의 곡절이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 정부당국자는 16일 『처음부터 일이 꼬이더니(신문보도) 일이 어려워진다』며 은연중 초조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면 과연 그 곡절의 내막은 무엇인가. 이와 관련해 가장 유력한 추측은 성씨 자매가 망명절차를 앞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그 근거로 가장 주목을 끄는 부분은 망명을 주도한 사람이 혜림씨가 아니라 언니 혜랑씨라는 점이다.

지금까지로 봐서 혜랑씨의 성격은 아주 적극적이고 활발한 것으로 나타난다. 혜랑씨는 13년만에 접촉한 아들과의 통화에서 『내가 우리 만나도록 할게』라고 주도적 성격을 드러냈다. 뿐만아니라 『내가 체험했던 북한생활을 작품으로 발표하면 먹고 사는데는 불편이 없다』며 치밀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역시 명랑했으나 나서는 성격은 아닌 것으로 알려진 혜림씨는 조카와 진지하게 통화를 나눈 것도 아니고, 망명의사를 뚜렷하게 나타내지도 않았다. 혜림씨의 신경쇠약증이 83년부터 심해졌다면 망명계획에 적극적으로 나설 입장이 아니었다는 점도 유추된다. 이같은 정황을 보면 망명계획은 처음부터 끝까지 혜랑씨가 주도했으며, 혜림씨는 어머니의 사망(94년)등 외로운 입장에서 언니의 계획에 수동적으로 동의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분석을 토대로 한다면 현재의 이견은 망명 자체에 대한 것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수동적이었든 아니든 혜림씨도 망명에 참여한 이상 엎질러진 물을 되담을 수는 없을 것이다. 때문에 이견이 있다면 망명지를 어디로 할 것인가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혜랑씨와 딸 남옥씨는 서울행이 분명하다. 문제는 혜림씨일 것이다.

막상 망명을 결행했지만, 가장 중요한 고비를 맞고 있는 혜림씨로서는 무엇보다도 북한에 남아있는 아들 김정남(26)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비록 자신은 떠났지만 아들에게 미칠 화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모성과, 북한 최고위층으로서 갖는 부담감이 혜림씨의 서울행을 머뭇거리게 할 수 있는 요인이다.

따라서 혜림씨의 막막한 마음을 적극적이고 활발한 혜랑씨가 돌릴 수 있다면 이들의 서울행은 순조로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혜림씨의 입장이 완강하다면 미국등 제3국을 경유해 시간을 두고 서울행에 오르는 「경유망명」이 될 가능성도 있다.<장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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