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우리에게 때로는 「고질병」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심심하면 약올리듯 건드리고 찌르며 고통을 주는 것이 마치 오래돼 고치기 힘든 고질병같다는 느낌인 것이다.
과거 역사는 그만두고라도 광복이후에도 저들은 잊어버릴만 하면 과거사를 왜곡하는 망언으로 우리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곤 했다.
작금의 독도문제도 똑같다.
일본이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외치고 나선 것이 어디 한두번인가. 도대체 말이 안되는 소리라고 무시해버리면 그만이지만 그렇다고 고질병을 그대로 방치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우리는 분기충천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는 일면 당연한 반응이기도 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유엔해양법협약 가입에 따른 2백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 선포를 앞두고 있을 때 우리정부는 일본의 독도문제 거론을 일축해버리려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일본의 시비에 일일이 대응하다가는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부각시키려는 일본의 의도에 말려들 것이라는 판단에서 였을 것이다.
그러다가 일본의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가 우리의 독도 접안시설 건설을 문제삼고 이케다 유키히코 외무장관이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핏대를 세우자 그대로 묵과해서는 안되겠다 싶어 정면 강경대응으로 나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까지 나서 김영삼대통령의 일본 연립여당 방한단과의 면담을 취소했고 내달 방콕에서 열릴 예정인 한일 정상회담도 취소를 검토한다는 뜻을 비치기에 이르렀다. 독도문제는 기회있을 때마다 걸고 넘어진다는 것이 일본의 의도임이 그간의 사정으로 보아 자명한만큼 정부의 대응이 불필요할 정도로 강경했다고 지적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그렇게까지 들고 일어나 금방 응징할 듯한 태세를 취했건만 근본적으로 달라진게 있느냐는 아쉬움과 허망함이다. 귀임을 유보할지도 모른다고 보도됐던 김태지주일대사가 일본에 돌아가 이케다 외무장관과 만난 후 「독도」와 분리해 경제수역 선포문제를 협의하기로 한일간 입장조정을 마쳤다고 한다. 독도는 결코 협상대상이 아닌 분명한 한국영토라는 우리의 입장전달과 함께.
그렇다고 일본이 앞으로는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허튼 소리를 안할 것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일본 정부가 해마다 우리 정부에 보내 오는 「독도는 일본영토」라는 구상서는 올해도, 내년에도 변함없이 날라 올 것이다. 같은 주장을 담은 일본 각료들의 국회답변도 되풀이될 것이다. 그보다도 일본의 초 중 고교에서 쓰이는 지리부도는 모두 「다케시마」로 둔갑한 독도가 일본 영토로 그려져 있다.
상황은 변한 것 없이 일본의 의도대로 독도는 분쟁지역이라는 것만 국제적으로 또한번 인식시켜준 셈이 됐다고 할 수 있다. 독도를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현실이 독도가 우리땅이라는 역사적 사실처럼 변함이 없는 것이 위안거리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우리 정부의 대응이 단견이라거나 즉흥적이라는 식의 논리를 세우려는 것이 아니라 일본은 우리에게 치유하기 힘든 「고질병」임을 다시한번 확인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이고 그렇다면 이 고질병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다함께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분노해야 할 때는 분노하더라도 일본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 지 그때마다 냉철한 분석과 판단은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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