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와해 없더라도 대책세울때”/“북체제 도울지 버릴지 선택의 시점”/최근사태는 개인불만·관리능력 부재 탓/망명·소요사태 집단화조짐 아직 안보여북한은 자멸하는가. 김정일의 전처 성혜림씨등 권력핵심층의 망명사태에 이은 사상초유의 평양시내 총격사건등은 통일을 앞당기는 청신호일까, 또는 한반도에 혼란을 알리는 경고등일까.
최근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북한내 사건들은 북한의 48년 병영체제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것이다. 정부는 15일 이수성국무총리주재로 열린 통일안보정책 조정회의에서 북한의 총체적 정세와 관련,『권력승계가 지연되고 있는 불확실한 상황하에서 사회일탈현상과 불안정요인이 증대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안보태세강화등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북한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들을 북한체제의 조기 붕괴 전망까지 연계시키지는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연이은 이 사건들이 개인적 동기에 의한 것이고 서로 연관성이 없다는 점을 든다. 북한 외교관 현성일씨등의 망명은 대사와의 갈등이 주요원인이고 외교관의 망명은 91년 자이르 북한대사관 1등서기관이었던 고영환씨등 몇번의 전례가 있다. 성씨의 경우도 20여년간에 걸친 사실상의 유배생활에 대한 염증및 소외감이 강하게 작용했을 것이며 평양 러시아대사관 총격사건은 일종의「무장탈영병사건」일 것이라고 분석하는 정부관계자들이 많다.
통일원의 한 당국자는 『우리측에 비유하자면 김형욱사건 정도의 비중있는 망명사건이 일어나야 북한정권의 붕괴를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까지 망명·소요사태의 집단화·조직화·장기화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항구전기무사 심문실장은 『정치와 무력이 결합한 북한의 당·군지배체제는 경제난등을 감안하더라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며 『조급한 예단으로 대북정책의 기조에 오판이 생길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현준민족통일연구원 북한실장은 『현재 김정일체제는 북한 나름대로는 정통성을 갖춘 정권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최근 발생하고 있는 사건들은 체제나 이념문제가 아니라 개인적인 두려움, 정권교체기의 관리능력부족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고태우북한연구소 연구부장은 『북한체제가 우려하는 것은 체제위기보다는 대외적 이미지 실추로 인한 불이익일 것』이라면서 『현재는 축적된 불만이 탈출구를 찾기 시작하는 단계이지만 북한 정권이 이에 대한 관리능력을 상실할 지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북한체제가 전환기에 접어든 만큼 우리측의 주도적인 대비책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 상태다. 89년 동독주민이 수백명 단위로 헝가리·오스트리아국경을 통해 탈출하기 시작했을 때 아무도 공산체제의 붕괴를 예상하지 못했지만 탈출자의 수는 곧 20만명으로 불어났고 1년뒤 동독정권은 붕괴됐다.
특히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것은 우리측이 북한의 연착륙, 또는 강제추락등 양대 노선중 택일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성씨의 국내망명, 대북식량지원등 임박한 현안들은 모두 북한체제를 존속시킬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판단과 직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이제 우리는 북한을 도울 것인지, 버릴 것인지 한가지 길을 가야 할 것』이라면서 『우선은 김정일을 북한의 수장으로 인정하는가에 대한 국내적 합의과정 도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유승우기자>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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