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기업철학상담소 성업/불·독 등에 100여곳… 전직교수들도 활동/경영논리로 풀수없는 총체적 문제 진단『철학상담을 해 드립니다』
최근 프랑스 등 유럽에 이런 간판을 내건 신종업소가 속속 생겨나고 있어 화제다. 얼핏 손금이나 별점을 보아주는 운명철학소를 연상하기 쉽지만 그게 아니다. 기업체를 상대로 하는 「기업철학 상담소」인 것이다.
프랑스에는 기업철학소가 파리 니스 스트라스부르에 각각 1개씩 모두 3개가 성업중이다. 불어로 「카비네 드 필로조피(Cabinets De Philosophie)」라고 하는 이 철학소는 일종의 경영컨설턴트회사라고 할 수 있지만 그 내용과 성격이 판이하다.
기업철학소의 상담역들은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연구한 철학자들이다. 최근 프랑스 동부지역인 스트라스부르에서 기업철학소를 차린 유제니 베그르리 소장(여)의 경우 전직 대학철학과 교수이다.
기업철학소는 경영학적 분석이 아니라 철학적 사고를 기업에 서비스한다. 따라서 기업철학소의 문을 노크하는 기업체들은 어떤 구체적인 문제점을 해결해 달라고 호소하지 않는다. 경영 논리로 분석할 수 없는 회사의 인적 기운을 총체적으로 진단·처방하고 강화시켜 달라는 것이 대개의 주문이다.
가령 모기업체 사장은 최근 기업철학소를 찾아와 『최근 수년간 우리회사가 급속도로 외형성장을 이뤘는데 이로인해 기업문화가 어떻게 변했는지 파악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한 제조업체는 공장과 사무실의 자동화가 가져온 노동의 성질변화를 알고 싶어했고 어떤 회사는 직원간에 딱딱하고 규격화된 대화용어를 인간적이고 자연스런 말로 개선하는 방법을 요구했다. 종업원들의 사기를 북돋울 수 있도록 연설문안을 손봐 달라는 경우도 있다.
서유럽에는 현재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를 중심으로 100개 이상 기업철학소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철학자들은 21세기에는 기업철학소가 더욱 번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업철학소의 성업은 기업이 조직적으로 미분화할수록 구성원들의 정신철학이 중요해진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좌다.<파리=송태권특파원>파리=송태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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