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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풍경(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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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풍경(장명수 칼럼)

입력
1996.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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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결혼 문화는 날로 악화하고 있다. 아들 딸을 비싼 상품처럼 팔겠다는 어떤 부모들의 계산, 과다한 혼수, 청첩장 남발, 예식장의 바가지 등 이루 손꼽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문제점들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최근에는 결혼식을 치르는 당사자들뿐 아니라 축하객들에게서도 문제점이 발견된다. 결혼식장에 가면 식장안에는 빈자리가 많은데, 입구나 복도에 몰려서서 떠드는 손님들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소란스러운 결혼식장이 더 시끄러울 때가 많다. 결혼식이 시작돼도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떠들곤 한다.

그들이 식장에 안들어 가거나 굳이 뒷자리에 앉으려는 이유는 예식이 끝나기전에 돌아가기 위해서다. 그들은 신랑신부의 얼굴을 볼 생각도 없고, 예식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관심도 없다. 방명록에 이름을 쓰고, 축의금을 전하고, 신랑신부의 부모에게 얼굴을 보였으니, 소란스런 예식장에 더 머무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청첩장이 와서 의무적으로 참석하긴 했지만, 그 이상의 성의나 예절은 없는 사람들이다.

물론 본의아니게 그렇게 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부분의 결혼식이 주말에 몰리다보니 같은날 가야 할 결혼식이 겹쳐서 여기저기 봉투나 전하려고 서두르는 경우가 많다. 부부가 각기 다른 결혼식장으로 나누어 뛰기도 한다. 복잡한 교통난속에 동서남북으로 뛰다보면 어떤 결혼 피로연에서도 점심 먹을 틈이 없어 하루종일 굶는 날도 있다. 주말에 서울의 강남과 강북을 오가려면 보통 몇시간씩 걸리므로 축하객들이 빨리 다음 예식장으로 달리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한 미국인이 『한국의 결혼식장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점은 한쪽에서는 줄을 지어 축의금을 내고, 한쪽에서는 줄을 지어 밖으로 나가고, 결혼식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는 것』 이라고 쓴 글을 읽었는데, 할말이 없었다. 축하객들이 이처럼 최소한의 예절도 지키지 않고 무례해진 것은 청첩장 남발과도 무관하지 않다. 너무 많은 청첩장이 날아오다 보니 경제적 시간적으로 큰 부담이 되고, 어느덧 축하의 뜻을 잊은 채 참석자체를 요식행위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꼭 와야 할 축하객들이 기쁘게 참석하여 신랑신부의 앞날을 축하해주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결혼식을 보고 싶다. 봉투를 전했으니 빨리 떠나겠다는 손님들로 북적이는 결혼식장에 무슨 진정한 축하가 있겠는가.<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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