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의 붓을 놓고 감성의 무대에 올라 연기와 연애하는 느낌”연극평론가 K선배님께.
올 겨울 유난했던 추위도 이제 한 풀 꺾인 듯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이번에 일을 하나 저질렀습니다. 장기공연을 하고 있는 연극 「러브레터」에 배우로 출연하고 있는 것이지요. 배우로서는 신참인 저에게 귀한 기회를 준 극단 한양레퍼토리의 용단 덕분인데 그동안 평론가로만 일해 온 제가 연기를 한다니까 주위에서는 부러움 반 기대 반으로 주목하고 있고 저는 그런 관심들이 쑥스럽기도 하군요.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 매순간을 즐기고 있습니다. 공연의 가치와 의미를 짚어내는 평론가의 균형잡힌 시선을 내려 놓고 극중의 인물에 빠져서 관객에게 전달해야 하는 배우의 역할에 몰두하는 기분이 좋습니다. 극중의 멜리사라는 인물에 대해서 하나하나 알아가는 과정, 대사 안에 감정을 넣어 살아 있는 인물로 세워가는 창조적 작업, 제가 갖고 있던 자의식에서 벗어나면서 느끼는 위기의식, 그동안 굳어진 감정을 풀어내며 그 안에 침잠하는 달콤함들 안에 빠져 있지요.
평론이 연극을 보면서 느낀 감성들의 가닥을 분류, 분석, 통합해서 글을 통해 관객과 독자에게 전달하는 이성적 작업이라면, 연기는 그것을 뒤집어서 인물에 대해서 이성적으로 인지하고 분석한 것을 감정의 채널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다가가는 감성의 작업이라고 하겠습니다. 편지로 말하자면, 평론이 공연에 대한 평가보고서라고 할 때 연기는 연극에 보내는 연애편지라고나 할까요?
맞습니다. 전 지금 연애를 하고 있습니다. 극중에서는 멜리사로 앤디와 가슴아픈 사랑을 나누면서 연극인으로서는 연극의 심장이라는 연기와 온 몸이 들뜬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 선배님을 초대합니다. 오십시오. 극의 밖에서 들여다보시는 선배님의 시선과 극 안에서 내다보는 저의 시선이 만날 때 의미있는 교감의 장이 마련되리라 생각합니다. 꽃샘추위 속에서 강건하시기 바랍니다.<연극평론가>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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