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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보위부원 망명요청­평양 러시아대사관 총격전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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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보위부원 망명요청­평양 러시아대사관 총격전 스케치

입력
1996.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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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m 담장 필사적으로 넘어/죽음 각오한듯 경비병에 선제 권총발사/건물입구 바리케이드 “망명안되면 자살”/인질된 러 직원들 중재자로 협상 거들어북한에서 당에 대한 충성심이 가장 강하다는 국가안전보위부원 청년이 14일 평양 한복판에서 김정일체제에 대한 「1인 반란」을 일으켰다. 25세 청년이 러시아 외교단지내에서 정치 망명을 시도하며 울린 평양 아침의 총성은 바로 북한체제의 이상조짐을 극명히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문제의 북한 청년이 러시아 무역대표부에 침입한 것은 이날 상오 9시께.

권총을 빼든 청년은 이미 죽음을 각오한듯 러시아 외교단지 입구에서 경계근무를 서던 북한 경비병들에게 선제 공격을 가했다. 이후 2높이의 담장을 필사적으로 뛰어넘은 청년은 무역대표부 건물쪽을 향해 수십가량을 뛰기 시작했다. 단지내 경계병들이 총성을 듣고 삽시간에 대사관 외곽으로 몰려 들었지만 이미 청년은 무역대표부 건물 내부로 들어간 후였다.

청년이 소총에 비해 정확도가 낮은 권총으로 무장했음에도 그의 진입과정에서 북한 경비병 3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하는 등 인명피해가 컸던 것은 이들이 미처 대응태세를 갖추지 못한채 청년의 기습 총격을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청년은 건물 1층 사무실에 들어간 뒤 출입문을 사무실 집기등으로 봉쇄한 채 주위 엄폐물을 활용, 자신의 몸을 최대한 숨기면서 출동한 북한군과 대치에 들어갔다. 그가 점거한 사무실내에는 러시아인 직원 수 명이 억류돼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러시아 언론도 청년이 정확한 수를 알 수 없는 러시아인을 인질로 삼고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당국은 사건 발생직후 정예 특공부대를 동원, 무역대표부 주변 요소요소에 배치한 채 국가안전보위부원 청년과의 협상에 돌입했다. 하지만 청년은 투항을 종용하던 북한군 장교의 설득을 완강히 뿌리치며 『정치적 망명을 요구한다. 나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자살하겠다』고 버텼다. 그는 또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러시아인을 인질로 삼겠다』면서 끝까지 저항할 뜻을 밝혔다.

이후 침입 청년과 북한당국의 협상이 장시간 계속되자 일부 인질로 억류된 러시아 무역대표부 직원도 중재자로 나서 협상을 거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러시아 외교단지 출입구 주변에선 북한군 장교들이 수시로 부산하게 오가는 모습이 관측됐지만 러시아 대사관단지 주변의 평양 거리는 극히 정상적이었다는 게 인테르팍스 통신의 전언이다.

○…북한 청년은 러시아 망명을 관철시키기위해 강력히 맞서고 있지만 이의 성사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게 외교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 평양주재 러시아 소식통들도 이와 관련, 『북한인들이 80년대 수차례에 걸쳐 러시아 외교단지로 뛰어들어 정치적 망명을 요구한 적이 있지만 이들은 모두 북한당국에 인도됐다』고 전했다. 북한당국은 이같은 유사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러시아대사관에 망명을 요청하는 북한인들은 모두 정신병자였다』라고 러시아측에 통보했던 것으로 한 외교소식통이 밝혔다.

특히 북한이 구소련과 전과 기록이 있는 망명자가 발생할 경우 주재국에 인도하기로 하는 내용의 범인인도협정을 체결하고 있는 것도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 북한당국은 청년의 무역대표부 진입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만큼 청년의 정치적 망명을 허용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평양·모스크바 외신="종합">

◎러 무역대표부/평양 김일성광장 북쪽 1㎞ 위치/외교단지내 대사관·숙소 등 함께

평양주재 러시아 무역대표부는 평양시내 중심부인 김일성광장에서 북쪽으로 1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이 무역대표부는 러시아 외교단지의 한 부분으로 이 외교단지에는 러시아대사관과 대사관 직원들이 사용하는 숙소 학교 수영장등이 모두 모여 있다.

무역대표부와 대사관은 각각 2∼3층정도의 규모로 모두 40년대에서 50년대에 건축된 스탈린 양식의 건물이며 직원 숙소는 대부분 무역대표부·대사관과 함께 건축되었으나 일부는 최근 건설된 것도 있다. 외교단지의 남쪽끝에서 북쪽을 향해 바라볼 때 무역대표부는 외교단지의 좌측, 대사관은 우측에 있으며 두 건물은 울타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다.

러시아 외교단지는 가로와 세로가 각각 4백여정도로 북한의 외교단지중 가장 규모가 크다. 이는 40년대 당시 북한과 러시아의 친밀했던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일 수도 있다. 평양주재 외국 공관들은 모두 한 외교단지에 모여 있으나 러시아와 중국의 공관만은 각각 독립된 외교단지를 이루고 있다.

◎국가안전보위부/군인구성 김정일 친위정보기관

14일 평양주재 러시아 무역대표부에 망명을 요청한 북한청년이 소속된 국가안전보위부는 사상적으로 가장 투철한 자들을 선발하여 편성한다. 국가안전보위부는 사회안전부와 함께 김정일체제 유지를 위한 감시·통제를 담당하는 무력기구로 방첩, 적 색출, 국경 경비, 대내외정보수집등의 역할을하고있다.

이 기구는 중앙으로부터 각급 행정단위, 정당, 사회단체 뿐 아니라 인민군내 소대급까지 지도요원을 두고있어 사실상 사회 전부분에 조직체계를 갖고 감시와 파괴활동 방지등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구성원들은 인민무력부와 마찬가지로 군인들이며 김정일의 지시하에 중앙당 조직지도1부 제7과와 자체 당위원회의 지휘를 받는다. 현재 부장은 김정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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