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김정일생일 코앞서 발생 엄청난 충격/“동독주민 탈출 재연되는것 아닌가” 전망도모스크바에서 김정일의 전처 성혜림씨 탈출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북한 수도 평양에서 25세의 북한청년이 러시아 무역대표부에 정치적 망명을 요청한 사건이 발생, 북한이 체제붕괴의 단계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전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사건은 특히 김정일의 54회 생일(16일)을 불과 이틀 앞둔 시점에 발생했고 발생장소가 김정일의 집무실에서 불과 5백 떨어진 곳이라는 점, 경비중이던 북한경비병을 사살하고 망명을 요청한 과감성 등을 볼 때 북한 체제의 동요가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음을 드러내 준다.
북한은 15일부터 김정일생일을 축하하는 경축행사가 시작되기 때문에 평양일대에는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을 것이 분명하고 외국공관에 대해서는 평소에도 철저하게 경비를 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이번 사건이 북한 당국에 준 충격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평양주재 외국공관에 북한인이 무장침입해 망명을 요청한 것이 북한정권 수립이래 최초라는 점도 결코 가볍게 넘어 갈 수 없는 점이다. 체제 불만뿐 아니라 경직된 체제의 나사가 풀려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90년 한국과 구소련이 수교한 이후 소원해졌다고는 하나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는 아직은 우호적이고 57년 체결된 범인인도협정이 유효한 만큼 망명신청이 러시아측에 의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북한당국도 이번 사건을 묵과할 경우에 벌어질 사태를 우려, 러시아측에 신병인도를 강력히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사건은 그 처리결과와는 관계없이 몇가지 심각한 의미를 갖고 있다. 우선 폐쇄사회인 북한에서 발생한 사건이 신속하게 외부에 상세히 알려졌다는 점이다. 또 러시아가 북한의 「망명처」로서 북한인들에게 인식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이러한 사실들은 북한이 폐쇄상태로 머물러 있으려해도 이제 더이상 폐쇄상태로 머물러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이번 사건을 저지른 북한 청년은 국가안전보위부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체제를 떠받치는 핵심계층에 속해 있다고 볼 수 있는 이러한 신분의 청년이 망명을 시도한 것은 북한 체제에 대한 염증이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입증해준다.
외국 주재원들의 잇따른 망명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시점에 수도 평양에서마저 망명을 시도하는 사건이 발생함으로써 철옹성 같던 북한이 89년 주민들의 꼬리 문 탈출로 붕괴에 이른 동독의 전철을 밟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다소 성급한 전망마저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이장훈기자>이장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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