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스포츠의 경우 매년 시즌 중반이면 어김없이 흘러 나오는게 감독 경질설이다. 팀의 성적이 부진하면 여기저기서 감독에 대한 험담부터 나오고 이는 가뜩이나 심기가 안 좋은 기업의 고위층을 자극, 감독 경질로 이어지는게 순서이다. 그래서 인기종목일수록 감독목숨은 파리목숨이 될 수밖에 없다.지난달 미 프로풋볼의 전설적 명장 돈 슐라감독(66)도 성적부진으로 26년동안 몸담았던 마이애미팀을 떠나 33년간의 감독생활을 마감하고, 미국 프로농구의 피닉스 선스가 12승21패로 부진하다 감독을 바꾼후 10승3패로 반전한 것을 보면 감독경질은 어쩔수 없이 필요한 극약처방인가 보다.
국내에서는 농구장과 배구장에서 일부팀의 감독교체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그중 눈길이 가는 것이 태평양여자농구팀의 박찬숙코치 경질이다.
박씨는 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 중반까지 태평양화학의 무적함대시대를 이끈, 60년대 박신자이후의 여자농구 최고스타이다.
은퇴후 타이완에서 선수겸 지도자로 명성을 날리다 92년 4월 팀의 요청으로 귀국, 코치로서 「태평양 재건」에 힘을 쏟았다.
그러나 팀이 지난해 8강진입에 실패하고 올해도 2승11패로 11위에 그치자 그도 결국 남자감독과 함께 경질되고 말았다.
한국 스포츠는 그동안 여자가 주도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67년 여자농구가 세계선수권 2위의 기적을 이루었고 여자배구는 76년 올림픽서 동메달, 여자핸드볼은 88,92년 올림픽 2연패를 했다. 이에리사 정현숙 현정화등은 70년대부터 탁구한국의 명성을 세계에 떨쳤고 김진호 서향순 김수녕등 여궁사들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그럼에도 성공한 여자 지도자가 없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체조와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피겨 스케이팅등 특수 종목을 제외하면 90년 박신자 주희봉 이옥자 트리오가 신용보증기금 여자농구단의 창단 코칭스태프를 맡고 현재 이에리사씨가 현대여자탁구단의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는 정도이다.
『여자팀은 선수들을 깊이 이해하고 팀워크를 이룰 수 있는 섬세한 여자 지도자가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여성 스포츠인들로부터 강력히 대두되고 있지만 통솔력과 카리스마를 중시하는 한국스포츠에서는 아직까지 받아들여지기 힘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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