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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수학지식 무장 세계 금융메카로 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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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수학지식 무장 세계 금융메카로 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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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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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이공계출신 몰려온다/금융시장 갈수록 복잡 「경영학전공자 틈새」 비집기/냉전종식 군수산업 일자리 줄어… 고연봉도 매력뉴욕 월가의 투자회사 D E 쇼에 근무하는 댄 너시바움씨는 주식 채권 선물 옵션등 각종 금융상품의 가치를 분석, 저평가된 품목을 사들인뒤 값이 오르면 되파는 일을 한다. 컴퓨터 앞에 앉아 수백만달러어치의 금융상품거래를 순식간에 해치우는 너시바움씨는 경영학 전공이 아니라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을 졸업한 컴퓨터공학박사이다.

월가로 상징되는 미국의 금융계는 최근까지 경영학석사(MBA)들의 독무대였다. 그러나 불과 몇년사이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금융기업에서 너시바움씨같은 이공계출신을 발견하기가 어렵지 않게 된 것이다.

MIT에 따르면 지난해 이대학 졸업생을 채용한 기업가운데 14%가 금융권에 속해있었다. 이는 83년의 3배에 달하는 숫자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의 경우 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이 대학 졸업생을 채용하려는 금융회사는 연간 1∼2개가 고작이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10개 기업이 채용신청을 했다.

금융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인피니티 파이낸셜 테크놀로지사 틸 길디만 부사장은 『금융시장이 갈수록 복잡해짐에 따라 월가는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룰줄 알며 수학적인 사고능력을 지닌 인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수학과 컴퓨터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을 뽑아 이들에게 금융실무를 가르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MIT 취업담당책임자 로버트 웨더럴씨는 『학생들도 금융계로 진출할수 있는 길이 넓어지고 있는 것을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은 월가에 몸담고 있는 이공계출신이 박사학위 소지자를 포함, 적어도 1,000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의 전공도 응용과학에서 기초자연분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3년전 국제금융공학자연합(IAFE)이라는 단체가 월가를 중심으로 설립된 것도 이처럼 늘어나는 「이방인」들의 세를 반영하고 있다.

이공계출신의 금융계 대거유입에는 냉전종식도 큰 몫을 하고 있다. 구소련 해체이후 군수 및 항공우주산업에서만 1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줄었다. 미국과학위원회에 따르면 국방부 에너지부 항공우주국(NASA) 3곳의 연구개발비는 1987∼94년에 20억달러가 줄었다. 민간기업들도 고용을 줄이고 있다. 88년 1,350명의 이공계 졸업생을 고용했던 듀퐁사의 95년 채용인원은 250명에 그쳤다. 80년대 초반 2,000명씩을 고용했던 엑손사 역시 지난해는 200명수준을 밑돌았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융권의 연봉이 이공계 출신들에게 커다란 매력이 되고 있는 것도 한 가지 요인이다. 대형 투자금융회사들은 초봉 8만달러 이상의 높은 연봉에 능력별 보너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기업연구소나 대학보다 훨씬 박진감넘치는 생활을 할수 있다는 점도 젊은이들에게 매력으로 작용한다.

70년대에도 월가에 이공계출신이 없지는 않았다. 현금관리계정기법의 초석을 놓은 것으로 평가되는 앤드루 카씨같은 경우가 그 예이다. MIT수학박사인 그는 77년 메릴린치사에 입사, 이전까지 분리 운영되던 주식 신용카드 펀드 개인수표 등 고객의 계정을 하나로 묶어내는 혁신적인 방식을 개발했다. 그의 현금관리계정은 이후 다른 기업들이 잇달아 모방, 월가에 정착됐다.

그러나 이공계출신이 월가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것은 80년대 퍼스널 컴퓨터의 등장이 계기가 됐다. 월가는 금융거래체계에 맞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엔지니어들을 찾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공계출신들은 금융거래를 보조하기 위한 기술자개념이었다.

거래규모가 대형화하고 80년대말이후 복잡한 파생금융상품(기존의 금융상품이나 지수에 근거해 새로 만들어낸 금융상품)이 셀수없이 생겨나면서 이공계출신들은 비로소 조연이 아닌 주역으로 월가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옵션거래(미래의 한시점에 지정된 가격으로 증권을 매매하는 권리자체를 파고사는것)같은 파생상품은 이자율 만기시의 채무불이행위험도 등 각종 변수들을 고려해 미래의 가격을 예측할수 있는 수학모델과 계산능력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보유증권을 대량으로 팔 경우, 가격폭락을 피하면서 최대한 신속히 매각을 완료하기 위한 적정시기와 수량을 계산해내는 수학적 모델이 필수적인 것이다. 이공계출신들은 첨단기술분야가운데 어느 곳이 투자유망지인가를 판단하는데도 인문과학도보다 뛰어난 지식과 감각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D E 쇼사의 설립자 쇼사장역시 스탠퍼드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했다. 87년 모건 스탠리사를 그만둘때까지 수년동안 금융실무를 익힌 그는 직장을 그만둔지 불과 6개월만에 투자수익을 포함, 2,800만달러의 창업자금을 모을수 있었다.<뉴욕=김준형특파원>

◎이공계출신들의 과제/경제·경영전반 기초지식 부족이 단점/조직내 융화력·문서작성능력도 “빈약”

많은 이공계출신들이 금융계로 진출하고 있지만 이들의 앞길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이들의 성공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벽이 아직은 두텁다. 『월가의 주역은 여전히 경제전문지식을 갖춘 경영학석사(MBA)들이며 자연과학도들은 이들을 위해 일하는 「너드(촌놈)」에 불과하다』는 수근거림이 들린다.

실제로 이공계출신들은 수십만달러의 연수입을 올리는 전문중개인으로 활동하기보다는 아직까진 조사분석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사례가 많다. 이공계출신들의 연봉은 초봉이 8만달러정도로 기업체 연구직이나 강단에 서는 것보다는 많지만 성과에 따라 엄청난 보너스를 받는 중개인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공계출신의 월가진출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이들이 월가의 최고 관리자로 성장하기에는 경제·경영전반에 대한 기초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부전공이나 단과대학을 통해 경제·경영에 대한 전문지식을 쌓는 이공계출신들도 적지 않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남보다 몇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자질부족론」은 경제관련 지식의 부족만을 겨냥하고 있지 않다.

연구실안에서 배우고 성장해온 많은 이공계출신들은 기업조직내에서의 융화력, 문서작성능력, 고객및 거래상대방과의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훈련 등이 부족하다는 점도 자주 거론된다. MIT취업담당책임자 로버트 웨더럴씨는 『하버드같은 종합대학의 이공계출신보다 특정분야에 역점을 둔 공과대학 출신들에게서 이같은 점이 더 많이 발견된다는 소리를 기업관계자들로부터 듣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진출을 꿈꾸는 이공계출신들을 위한 각종 교육프로그램들이 마련되고 있다. MIT가 지난해부터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기업조직내 지도력에 관한 1주일과정의 세미나에는 현재까지 70명의 학생들이 수강했다. 94년 화폐금융전공 교수출신 앤드류 로씨에 의해 설립된 경영학원 「슬로언 경영학교」는 이공계 출신 금융전문가를 대상으로 「금융공학」교육과정을 실시하고 있다.

◎인터뷰/미 증권거래소 클리포드 J 웨버씨/대학서 생화학 전공후 월가 뛰어들어/“새 지수 개발·운용 숫자감각이 필수”

뉴욕 월가 중심부에 위치한 미국증권거래소(AMEX)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이어 미국에서 두번째로 큰 규모이다. AMEX의 신제품 개발부에 근무하는 클리포드 J 웨버씨(33)는 「아이비리그」에 속한 다트머스대학에서 생화학을 전공했다.

증권거래소의 「신제품」이란 새로운 지수(Index)를 말한다. 신종 금융상품이 거래소객장에서 거래되도록 각 금융상품에 맞는 새지수를 개발하고 지수의 운용방식을 확립하는 것이 신제품개발부에서 웨버씨가 하는 일이다.

웨버씨는 『지수의 모델을 개발, 시험운용하고 문제점을 분석하는데에는 숫자감각 논리력이 필수적』이라며 이공계출신의 장점을 이야기한다.

현재는 부서내에서 그가 유일한 이공계출신이지만 90년 입사 당시 부장 역시 물리학 박사였다. 『이공계 박사가 경제학박사와 경영학석사들을 지휘해 일한다는 사실에 더욱 마음이 끌렸죠』

『웨버씨는 대학졸업후 1년동안 의과대학의 생화학연구실에서 일했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실험실 일과가 지루했습니다』 박진감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데 뜻을 같이한 절친한 친구와 의논끝에 실험실을 뛰쳐나와 뉴저지주의 연금컨설팅회사에 취직, 3년반동안 금융업무를 익혔다.

수학과 컴퓨터에는 익숙해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월가에 뛰어들기엔 부족할 것 것 같아 1년동안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응용수학을 전공, 과학·공학석사(MSE)학위를 받았다.

웨버씨는 학부때부터 경제학강의를 찾아다니며 들었고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도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청강, 경제·경영에는 웬만큼 기초지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어려움이 없을 수는 없다.『요즘도 일을 통해 배우는 새로운 금융지식들이 학교에서 배운것보다 훨씬 많습니다』

때문에 웨버씨는 업무이외에 개인적인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공인금융분석가(CFA)시험 3급자격을 갖고 있지만 2급 1급자격도 마저 따기 위해 업무가 끝나면 금융전문서적에 파묻힌다. 『가족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때도 많지만 이공계출신이 월가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보다 훨씬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월가에서는 보수를 이야기하는 것이 금기처럼 돼있다. 그 역시 연봉에 대해선 『100만달러 이하』라는 농담으로 넘긴다. 다만 『보수 역시 내가 월가에 오려고 했던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고만 말했다.<뉴욕=김준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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