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예방 콘돔 필요”/불주교단,교황에 「반기」/가톨릭종주국서 교리반하는 파격 “주목”/「유럽 최대 에이즈국」 현실 외면 못한듯프랑스의 가톨릭 주교단이 12일 후천성 면역결핍증(에이즈) 예방책과 관련, 로마교황청 교리에 반하는 파격적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주교단은 이날 보고서에서 『에이즈 예방을 위해 콘돔사용이 필요하다』고 인정, 로마교황청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입장을 공식 천명한 것이다.
「사회의 현안」이란 제목의 이 보고서는 『양질의 콘돔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에이즈 예방책임을 많은 능력있는 의사들이 확인하고 있다. 이 점에서 그것(콘돔)의 사용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또 『에이즈의 확산과 치료비용의 증가를 우려하는 공중보건당국이 콘돔 사용을 지원하고 있다』고 언급, 콘돔 사용을 권장하기까지 했다. 235쪽에 달하는 이 보고서는 주교단 사회분과위원회에 의해 작성됐다.
가톨릭 주교단이 이같이 콘돔사용을 공식 인정하기는 사상 처음이며 더욱이 프랑스가 가톨릭 종주국의 하나라는 점에서 이 보고서가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프랑스 주교단이 콘돔 사용을 인정한 것은 교리·교의에 얽매여 사회의 현실적 문제점을 무작정 외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는 유럽 최대의 에이즈 국가로 78년이래 3만4,000여명의 에이즈 환자가 발생했고 이중 1만9,000여명(94년말 현재)이 사망, 그 어느 나라 이상으로 에이즈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지 오래다.
이와 관련, 이날 보고서는 『가톨릭교회는 그동안 콘돔사용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으로 의심을 받아왔으며 이에 따라 죽음의 편을 든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고 밝혀 사회의 현실적 압력이 이번 결정에 크게 작용했음을 시사했다.
이 보고서에 대해 대부분의 프랑스 국민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마르 장틸리니 가톨릭의사회 회장은 『교회가 죽음의 경로를 차단하는 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반대할 수 없다』고 말했고 에이즈 바이러스의 공동발견자인 뤼 몽타니에박사도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파리=송태권특파원>파리=송태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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