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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순 현성일씨 부부·차성근씨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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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순 현성일씨 부부·차성근씨 일문일답

입력
1996.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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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쏴 죽여라” 지시에 탈출 결심/극동지역 한인목사 납치 특별훈련/「경제난에 체제붕괴 직결」 속단 일러/공관원들도 외화벌이 안간힘/북 가족 생각하면 가슴 미어져지난달 망명한 잠비아주재 북한대사관 3등 서기관 현성일씨(37) 부부와 공작원 차성근씨(29)는 13일 상오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합동기자회견에서 시종 차분한 어조로 북한의 실상과 탈출동기등을 밝혔다. 그러나 현씨의 부인 최수봉씨(36)는 평양에 두고온 자녀들에 대한 심경을 말할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다음은 이들과의 일문일답.

―북한의 권력승계가 지연되는 이유는.

(현)『서방언론에서는 김정일의 권력승계가 늦어지는 이유로 ▲권력투쟁 ▲건강문제를 들고 있으나 모두 근거가 없다. 김은 70년대부터 당·정권기관·군부의 권력을 이양받아 90년대초부터는 권력기반을 공고화했다. 당국은 외교관들에게 권력승계를 묻는 질문에는 「형식상의 절차만 남았다」고 응답하라고 지시했다』

―김정일이 권력의 전면에 부상하는 시기는.

(현)『개인적으로는 김일성의 3년상이 끝나는 올해 7월께면 형식상의 승계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북한의 체제붕괴가 임박했다는 미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현)『북한의 식량난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북에서 나온 사람과의 첫인사가 「식량사정은 좀 나아졌나」일 정도다. 그러나 경제난이 체제붕괴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대학생 공무원 영관급 장교등 중간계층은 변화를 요구하나 체제의 운명이 자신의 운명과 직결된 고위당간부들 뿐만 아니라 노동자·농민들도 체제변화에는 반대한다. 이들은 당국의 선전때문에 자본주의체제로 변하면 소련과 동구권처럼 망해버린다고 믿고 있다』

―두자녀를 평양에 두고도 부부가 함께 망명을 하게된 동기와 과정은.

(최)『94년 6월 외교관 경험이 전혀 없는 김응상이 잠비아 주재대사로 부임한뒤 김과 대사관 직원의 마찰이 심했다. 지난달 초 청소를 하라는 김의 지시를 거부하자 주먹으로 가슴과 얼굴을 때린뒤 「상부에 보고해 정치적으로 매장시키겠다」고 협박했다. 북한에서는 정치범으로 낙인 찍히면 인생이 파멸되기 때문에 남쪽으로 탈출할 결심을 했다. (눈물을 흘리며) 앞날이 너무 캄캄해 두아이의 어머니로서 독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현)『지난달 10일 아내가 남한대사관으로 망명한뒤 눈앞이 캄캄했다. 처음에는 잠비아 정부에 「부부상봉」을 요구해 아내를 설득하려 했지만 탄자니아에서 급파된 보안원이 「아내가 말을 듣지 않으면 권총으로 쏴 제거하라」는 지시를 내린 뒤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차성근씨와 동행하게 된 이유는.

(현)『차씨와는 평소 흉금을 터 놓을 정도로 친하게 지냈다. 탈출을 결심한뒤 나혼자 가기 힘든데 함께 가자고 차씨에게 권유했다. 당초 지난달 11일 차씨와 함께 탈출을 시도했으나 차씨만 성공했다. 이후 두번 더 탈출을 시도했다』

―최씨가 망명한뒤 탄자니아에서 보안요원이 파견될 정도로 감시가 심했는데 어떻게 탈출이 가능했나.

(차)『작전부 공작원은 대사관소속이 아니라 보안원이 단속할 권한이 없다. 당일에도 잠비아에 있는 태권도 수련생을 만나러 간다고 속인뒤 대사관차로 탈출했다. 아무도 막지 않았다』

(현)『아내가 탈출한뒤 대사관 직원들은 나를 위로해 줄 정도였다. 대사도 북한에 정신적인 충격은 있으나 사상성은 확고하다는 내용의 보고를 했다. 특히 차씨가 탈출한뒤에는 아내와 차씨가 이상한 관계라고 소문이 퍼져 모두들 「평양에 가더라도 어떤 처벌도 없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그러나 감시를 의식해 3차탈출때는 대사관 담을 넘었다』

―자녀를 평양에 남겨두고 부부만 따로 떨어져 잠비아에 부임한 이유와 대사관 직원의 생활상은.

(최)『93년 11월 처음 잠비아에 나올 때는 자녀중 1명을 데리고 왔다. 그러나 2백50달러에 불과한 봉급으로는 도저히 애까지 기를 수 없어 6개월만에 북한에 돌려보냈다. 대사관 직원들의 생활은 한마디로 비참하다. 지난해 8월부터는 2백50달러에 불과한 봉급마저 끊겨 「한달에 50달러로 살기」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시장도 빈민층만 찾는 야채시장을 이용했다. 25센트를 깎기 위해 흑인과 흥정할 때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옷을 사러 중고품시장을 찾을 때는 일부러 허름한 옷을 입고 중국인 행세를 했다』

―아프리카 주재 북한공관원들이 코뿔소와 상아밀수로 외화를 벌어들일 정도라는데.

(현)『잠비아 대사관의 1년 운영비는 6만달러이다. 그런데 93년 11월이후 북에서 받은 돈은 3만달러에 불과하다. 돈을 보내달라고 하면 철수명령을 내릴까봐 현지 직원들도 알아서 돈벌이에 나선다. 유엔의 단속으로 코뿔소 뿔의 밀수가 금지된 지난해 5월에는 탄자니아에서 무관세로 버스를 들여와 버스임대로 매월 1천2백달러를 벌기도 했다. 이같은 재정난으로 공관원모두 심하게 위축돼 한 나라의 대표라는 자긍심을 찾을 수 없게 됐다』

―북한의 작전부 산하 314연락소에서 남한 화폐를 위조한다는데 사실인가.

(차)『87년 공작원교육을 받을때 고정간첩들의 공작금으로 위조화폐를 지급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현재 314연락소의 위조기술이 동남아시아의 여권까지 위조할 수 있는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남한 화폐위조는 충분히 가능하다』

―북한의 해외테러공작 실상은.

(차)『91년에는 아랍테러조직인 「아부니달」과 공작원 2명을 상호 교육시켰다. 특히 94년 3월에는 김정일의 특별지시로 벌목공의 귀순을 막기위해 극동지역의 한인목사들의 납치계획을 세워 18명이 훈련을 받았다. 그해 7월 김일성이 죽은뒤 당분간 자숙하라는 김정일의 지시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북한 상류층사회에서 김정일에 대한 평판은.

(최)『김정일이 미모의 여배우들에게 고급승용차와 아파트등을 지급하는등 특별관리하면서 외국출장명분으로 남편 몰래 불러내 엽색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

―현씨부부의 망명이후 함남도당 책임비서였던 현씨의 아버지가 실각한 것을 알고 있는가.

(현)『부모 자식 친척들이 당할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이 터질것 같다. 혼자 편하기위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지에 몰았다는 죄책감은 평생을 두고 남을 것이다. 부친의 구체적 소식은 듣지 못했다. 할말이 없다』

―김현희씨가 대한항공기를 폭파한 것을 북한 공작원들은 알고 있는가.

(차)『김씨가 남한당국에 전향하자 김정일이 「여자는 죽을 장소와 시기를 모른다」며 대노해 여성공작원 20여명이 한꺼번에 제대했다는 얘기를 들었다』<조철환기자>

◎귀순자 3인 인적사항

◇현성일:59년 평양에서 태어나 81년 김일성종합대학 외문학부 영어과를 졸업한 뒤 이 대학 일반영어강좌 교원으로 6년동안 근무했다. 89년 제13차 평양축전에서 미국인의 통역을 맡을 정도로 영어 불어등 외국어에 능통하다. 89년부터 4년여동안 외교부에서 비동맹국 지도원으로 활동했고 93년 11월 주잠비아 북한대사관 3등 서기관으로 파견됐다. 부친 현철규(64)는 함남도당책임비서를, 모친 전정호(60)는 평양의대 간부과 지도원을 지냈으며 삼촌 현철해(62)는 무력부 총정치국 조직부국장(대장)이다.

◇최수봉:60년 평양에서 태어나 고관자녀만 다니는 남산고등중학교를 거쳐 김일성종합대 조선어문학부 문학과를 졸업했다. 85년 결혼한 뒤 93년 8월까지 문학예술 종합출판사 편집원으로 일했고 93년 11월 남편과 함께 잠비아에 파견돼 타자수로 근무했다. 부친 최흥수(69)는 전과학원 금속부문 원장이며 외삼촌 서병준은 일본에 살고 있다.

◇차성근:노동당 작전부 공작원으로 87년 2월 김정일정치군사대학을 졸업한 뒤 5년동안 정치학교 연구반 및 초대소에서 공작원 교육을 받았다. 대외정보조사부 공작원(러시아 파견), 작전부등을 거쳐 94년 12월 잠비아에 파견됐다. 부친 차순곤(55)은 가봉대사를 역임한 뒤 외교부 영접국장을 맡고 있고 숙부 차순원(51)은 사회안전부 건설국 보위부장(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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