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행상”서 “가방황제” 올라/81년 맨손도미 「페니백」으로 업계 정상/올부터 자체상표로 월마트 등에 납품에베레스트 트레이딩사 대표 박병철씨(47)는 LA를 중심으로 한 미국 나일론천 가방업계에서 「가방황제」로 통한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한국의 전체 나일론천 가방가운데 약5%가 그의 손을 거쳐간다. 맥도널드 디즈니랜드 도요타자동차 그랜드캐년등 수많은 유명회사와 관광지의 판촉용품 및 기념품가방들이 그가 생산하거나 수입해 납품한 제품들이다.
10년넘게 시장을 석권해온 그에게 96년은 또다른 도약의 해가 될것으로 보인다. 스리랑카의 자체공장에서 생산한 에베레스트 상표의 가방 150여종이 올해부터 월마트 타켓등 유명 체인점에 납품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달까지 200만달러를 넘어선 주문액은 전체사업규모에 비하면 그다지 큰 액수는 아니다. 그러나 82년 행상용 상품으로 출발했던 에베레스트 상표가 14년만에 중류층을 대상으로하는 백화점에 상륙한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상표의 신분상승인 셈이지요. 「정직하고 꾸준하게」라는 신조로 열심히 일해온 덕에 미국사회에서 인정받게 된 것같습니다』
맨손으로 이민신화를 일궈온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그역시 처음에는 『가방사려』를 외치며 길거리를 헤맸다. 외국어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 81년 9월 두 아이와 아내를 데리고 무작정 LA에 도착한 직후였다. 파산한 회사의 재고가방들을 고물차에 싣고 새벽에는 중고품 도매시장에서 낮에는 주유소 공터 등에서 장사를 했다. 한인타운의 공터는 신문지만 깔면 모조리 그의 가게였다.
『정신없이 뛰니 하루매상이 1,000∼2,000달러가 넘어갔습니다. 마진이 40%나 되니 장사할 맛이 나더군요』 여기저기서 장사 좀 시켜달라는 동포들이 나타났다. 수없이 개척한 장사터를 인계하고 그들에게 가방을 넘겨주다보니 어느새 물건대기도 바쁜 도매상이 됐다. 장사터와 물건, 장사하는 법까지 전수하면서 물건사갈 소매상을 확보하는 것은 지금까지도 변함없는 그의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사업원칙」이다.
장사 시작 한해만에 에베레스트사를 차린 그는 84년 한국에서 가방을 직접 수입하면서 회사의 틀을 갖춰나갔다. 그를 업계 정상에 오를수 있게 해준것은 80년 후반부터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페니백」(허리에 차는 여행용 소가방)이었다. 일본에서 개발된 페니백은 50억 세계인구의 20%이상이 갖고있다는 통계가 나올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남보다 빨리 이 열풍을 감지한 박사장은 매주 페니백만 3컨테이너씩 팔 수 있었다.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신제품을 꾸준히 공급, 지난 3∼4년동안의 불경기에도 성장을 계속해올수 있었다. 박사장은 지난해 스리랑카 콜롬보에 현지공장까지 세워 세계가방시장 석권의 꿈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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