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상사들 치열한 수주전/수포제등 7,000여톤추정… 폐기비용 2,000억엔 규모/무기조달로 돈벌고 해체로 또 거액 챙길 묘한 상황구일본군이 중국에 버린 대량의 화학무기를 처리하기 위한 중일 양국간 협의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2,000억엔 규모의 이 용역사업을 따내기 위한 일본종합상사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아사히(조일)신문이 발행하는 주간 아에라지는 12일 발매된 최신호에서 「무기조달역이 무기해체역을 맡으려 한다」며 이같은 움직임을 자세히 보도했다. 미쓰비시(삼릉) 미쓰이(삼정) 마루베니(환홍) 이토추(이등충)등 2차대전당시 군사물자 조달에 기여했던(?) 유수의 종합상사들은 중일간의 협의진전과 화학무기금지조약의 발효움직임을 주시하며 해외연수등을 통한 기술축적과 정부와의 접촉에 바쁘다.
구일본군은 1932∼45년 중국에서 대량의 화학무기를 만들었다. 이문제를 추적해 온 추오(중앙)대 요시미 요시아키(길견의명)교수에 따르면 수포작용제 5,000톤, 청산 300톤, 재채기제 2,000톤, 최루제 200톤등을 생산했다. 200만발의 포탄에 해당하는 양이다.
일부가 대게릴라전등에 사용됐지만 대부분의 화학무기는 패전과 함께 중국 곳곳에 버려졌다. 중국에서는 지난 50년 흑룡강(헤이룽장)성의 학교건설공사중 발굴된 드럼통의 액체를 화학교사가 만졌다가 혈관이 드러날 정도로 진물러버린 사고를 시작으로 화학무기에 대한 피해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80년대 중국의 경제개발로 건설공사가 각지에서 잇따르자 그간 감춰졌던 화학무기도 발견되기 시작, 중국은 그처리를 일본측에 요청했다.
일본은 처음 『모두 구일본군의 화학무기라고는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태도를 보였으나 몇차례 현지조사에서 일본제임을 알수 있는 표시를 확인하면서 한발 후퇴, 중국측과 진지한 처리협의를 거듭하고 있다. 일본이 자체비용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중국측의 주장은 일본국내에서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일본은 지난해 가을 화학무기금지조약을 비준했다. 65개국이 비준하는 시점에서 180일을 경과하면 발효하는 이 조약에는 현재 47개국이 가맹했다. 이 조약은 97년에는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중국이 이 조약을 비준하고 조약이 발효할 경우 일본은 조약규정에 따라 구일본군의 화학병기를 모두 폐기해야만 한다.
특히 조약상 화학무기의 폐기는 바다에 내다 버리는 것이 아니라 화학물질을 무해한 물질로 처리하는 것이다. 일본 통산성은 폐기비용이 대략 2,000억엔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부분 계열군수공장을 갖고 있는 주요종합상사들은 냉전후 군수산업의 불경기를 종식시켜줄 호재로 화학무기 해체사업을 겨냥하고 있다.
이들은 화학무기 해체선진국인 미국에 기술자를 파견해 이미 기술적인 검토를 끝낸 상태다. 미국은 현재 화학탄을 ▲탄두를 비틀어 해체하거나 ▲고압수를 이용해 절단하거나 ▲통째로 얼려 부수는 방법등으로 화학물질을 꺼낸후 소각하는 기술을 정착시켜놓고 있다. 정부시찰단에 슬며시 끼여들어 미국의 선진 기술을 획득한 종합상사들은 정부가 언제 사업을 발주할지 통산성등 관련부처에 대한 정보수집에 혈안이 돼있다.
군부와 정부가 전쟁터로 국민을 내몬 2차대전의 와중에서 군수물자의 조달로 막대한 이익을 챙겼던 일본의 종합상사들이 또다시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될 「전쟁찌꺼기 청소」사업으로 또한번 뭉칫돈을 챙기게 되는 묘한 상황이다.<도쿄=황영식특파원>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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