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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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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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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규칙은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엄격한 룰이 없는 운동경기는 상상할 수 없다. 룰을 무시한 선수는 반칙의 정도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되어 있다. 일시적 퇴장에서부터 심한 경우는 선수 자격까지 박탈당한다. ◆훌륭하고 수준 높은 경기일수록 그만큼 반칙이 없는 게 특징이다. 반대로 시시한 저질 게임에서는 반칙 시비가 자주 일어난다. 선수들이 미숙하고 경기 운영이 세련되지 못하고 심판마저 제대로 자질을 갖추지 못할 경우 반칙 시비는 필연적이다. 때로는 소동으로 확대되어 경기가 중단되기도 한다. ◆지금 우리 눈앞에서 전개되고 있는 선거라는 게임을 지켜보면서 문득 생각나는 것이 스포츠와 룰이다. 선거판에 나온 정치인이나 정치 지망생들은 법을 잘 지키고 있는가. 정해진 룰에 따라서 정정당당하게 싸우고 있는가. 관객의 박수 갈채를 받을 만한 훌륭한 경기를 펼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자신있게 대답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정당의 수뇌들부터 서로가 반칙 시비를 벌이느라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후보들끼리 불법 선거운동을 한다고 고소 고발하는 일이 잦고 정당은 대표와 대변인의 입을 빌려 상대를 비난하느라 바쁘다. 단속 기관이 엄연한 불법운동 사례를 적발해서 처리할 때도 반발과 항의가 따르고 있다. ◆한마디로 시끄러운 반칙시비가 그칠 날이 없는 요즘의 선거판이다. 본질 문제가 되어야 할 정책경쟁은 어디로 갔는지 온데 간데 없다. 「만났다 안만났다」 「했다 안했다」 「위법이다 아니다」하는 사실여부 논쟁이 선거판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멋진 경기를 기대하고 있는 관객들에게는 실망이 아닐 수 없다. 페어 플레이와 스포츠맨십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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