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점앞 줄서기 사라지고 러,자본주의식쇼핑 “뿌리”/살인적 물가에 서방형 상점 “그림의 떡”/“값싼 물건찾아 백리길도” 원정 장보기모스크바에서는 이제 물건을 구하기 위해 줄을 서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간선도로 곳곳에 문을 연 서방식 슈퍼마켓은 수입상품으로 가득차 있고 창고형 대형 할인점까지 등장했다. 지하철역 부근에 모여있는 키오스크(가판대)에도 갖가지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지난 몇년간 세자리 숫자를 오르내린 살인적인 인플레로 물가는 천정부지로 뛰었다. 이제 모스크바인들은 필요한 물건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값싼 물건을 찾아 이곳저곳을 헤맨다. 한때 운좋게 구한 물건을 담아다니던 「비상용 비닐 백」은 싼 물건을 담아다니는 것으로 용도가 바뀌었다.
이에 따라 「야르마르카」로 불리는 값싼 도매상가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모스크바 전역에 흩어져 있는 야르마르카는 22곳. 첫 번째 야르마르카는 투즈니키 스포츠센터 부근의 투즈니카야로 5년전에 문을 열었다. 이곳은 식료품등 가정용품을 박스로 값싸게 판매하면서 유명해졌다.
도매상가도 취급하는 상품이 각각 다를 정도로 다양해졌다. 노보슬로보드스카야는 우유제품과 차, 커피등을 취급하고 벨로자보스카야는 과일을 중간상인에게 상자로 넘기는 곳이다. 벨로자보스카야에서 자주 과일을 산다는 타마리 여인은 『집앞에 있는 우니메르삼(러시아식 슈퍼마켓)보다 싱싱한 과일을 거의 절반가격으로 살 수 있다』며 『사과 한상자(약 70∼80여개)를 13만루블(2만3,000원)에 구입해 이웃집과 나누면 교통비를 감안해도 훨씬 이익』이라고 말했다. 주류는 VDNK가 유명하다. 9,000루블짜리 몰다비아산 최고급 백포도주 한병이 5,000루블이고 키오스크에서 최소 1만 4,000루블은 주어야 하는 그루지야산 적포도주 호반쉬카리나 킨즈마라울리는 1만500루블이면 살 수 있다.
모스크바의 시민들은 시장경제원칙에 따라 값싼 곳을 찾는 생활에 익숙해져가고 있다. 설사 공산당이 재집권한다해도 러시아 경제정책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일반인들의 생활속에 뿌리내린 이같은 시장경제적 생활패턴 때문이다.<모스크바=이진희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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