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중소기업청이 12일 현판식을 갖고 정식으로 업무를 개시했다. 올해를 중소기업 원년으로 삼아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효율적인 서비스 행정을 펴나가겠다는 중기청의 다짐은 1백20만여 중소기업들의 기대를 부풀게 하고 있다.지난해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았던 중소기업들은 올해들어 각종 지원시책이 봇물터지듯 쏟아져 나오면서 정책의 풍년을 맞고 있다. 대통령의 지시가 있은지 한달 남짓만에 본청과 4개 지방청 7개 지방사무소에 1천명 가까운 방대한 조직을 가진 전담부처를 서둘러 발족시킨 것이나 중소기업 보호임무를 강화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장을 장관급으로 격상시킨 것, 중기청장을 국무회의에 참석토록 한 것 등은 중소기업 회생을 위한 정부의 비상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 세제 행정등 각종 지원시책에 호응해서 대기업들도 현금결제확대와 협력업체 공개모집, 해외동반진출 등 새로운 경영방침으로 정부시책에 동참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와 재계의 이같은 움직임들은 재벌위주의 성장드라이브 시책을 펴왔던 개발연대 30년 동안 그늘진 곳에서 시련을 겪어온 중소기업인들에게 위안과 격려를 주는 것이며 새로운 희망을 갖게 해주는 시대적인 상황변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중소기업인들의 이같은 기대를 다시 실망시켜서는 안된다. 중소기업 정책이 달라지자면 정부의 중소기업에 대한 철학부터 달라져야 한다. 중기청만 만들 것이 아니라 제도와 관행, 중장기적인 육성 전략과 개별적인 현장 정책이 모두 새로 만들어져야 한다.
중소기업이 당면한 문제는 총체적이고 구조적이며 복잡한 것이다. 금융 세제 인력 기술 환경 토지 행정절차등이 한꺼번에 얽혀 있어서 한 부처의 힘으로는 어느 하나도 해결할 수 없게 돼있다. 재정경제원과 노동부 환경부 건설교통부 통상산업부 금융기관과 지방자치단체등이 유기적으로 합심 협력해서 달려들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이다.
중기청 하나 만들어 놓은 것으로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중기청만이 아니라 정부차원의 범부처적인 의지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대통령 직속의 중소기업특별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 중기청의 정책기능을 지원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만하다고 본다.
지난해만 해도 중소기업지원 9대시책을 비롯해서 상업어음활성화, 자본재산업육성, 담보제도 개선, 신용대출확대, 인력보충, 기술지도강화등 무수한 지원시책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결과는 1만4천개 기업의 부도라는 사상최악의 기록일 뿐이었다. 중기청을 만들어 놓고 이런 진부한 대책들만 답습한다면 중소기업의 위기적 상황은 오히려 더 악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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