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소재에,내면화하지 못한 반전과 갈등세 여자의 우정과 한 검사의 야망이 있다. 출생의 비밀, 그리고 주식투자를 둘러싼 갈등과 음모도 있다. 부심(부침)하는 인간 묘사도 빼놓지 않았다. 출세와 사랑 사이를 위태롭게 줄타기하는 남녀들, 그속에서 이뤄지는 끝없는 삼각관계도 있다.
SBS「야망의 불꽃」(극본 최현경, 연출 공영화)은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모든 것들을 진열했다. 80년대 인기드라마 「사랑과 야망」의 틀을 벗어나진 못했지만 지금이 90년대 중반이란 사실도 잊지 않았다.
처음 대학시절의 채현 지수 부희(신애라 임상아 오현경 분)를 도운 키다리 아저씨 이환(이석 분)에 대한 궁금증이 방송시간을 기다려지게 했다. 공장을 운영하다 몰락한 집안문제로 구속된 부희가 검사인 준재(최재성 분)의 존재와 세 여자와의 관계진전을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그러나 채현의 출생비밀, 그가 재벌 2세인 이환의 이복동생이란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드라마는 상투성과 표피적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드라마를 위한 이야기 만들기」는 내면화하지 못한 반전과 갈등의 반복으로 이어졌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 빈도는 잦아졌다.
세 여자의 우정까지 깨뜨릴만한 열정적 사랑이 있는 것도 아니다. 준재를 채현으로부터 가로챈 지수, 출세나 사랑 때문도 아닌 준재의 모호한 선택, 애매해지는 부희의 삶의 태도는 드라마 전체를 갈팡질팡하게 만든다. 세 여성이 풀어가는 삶의 방정식을 보는 재미도 이쯤에서는 찾을 수 없다.
「야망의 불꽃」은 이 시대 젊은이들의 가치관과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것을 모두 한꺼번에 그리려 애쓰지만 어느 것도 완성시키지 못하고 있다. 등장인물이 야망과 사랑 사이, 우정과 애정사이라는 미묘한 공간으로 들어가면서 이같은 약점은 더 크게 느껴진다.
지나치게 사건만 있고 인간에 대한 작가의 이해, 섬세하고 감성적인 연출이 부족할 때, 드라마 속의 인물은 사건과 상황을 위해 존재할 뿐이다. 온갖 재료를 동원해도 관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드라마는 한계가 있음을 말해준다.<이대현기자>이대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