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생활고/오수용(서울에서 본 평양)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생활고/오수용(서울에서 본 평양)

입력
1996.02.12 00:00
0 0

북한에서의 생활은 말로서 다 표현할 수가 없다.62년 김일성은 주민들에게 식량 300만톤을 생산하면 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면서 비단옷을 입고 기와집에서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농업일을 기계화·자동화하고 여성들을 무거운 가사노동에서 해방시키는 한편 도시와 농촌 및 공업노동자와 농업노동자의 차이를 없애겠다고 교시했다.

북한의 모든 주민들은 김일성의 교시와 당정책을 믿고 오늘까지 시키는 대로 해왔다.그러나 60,70년대를 보내고 80년대를 지나 90년대에 이르면서 달이 가고 해가 바뀌었지만 주민의 생활은 좀처럼 좋아지지 않고 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좋아진 것은 하나도 없고 세월이 갈수록 점점 더 나빠지는 것이 북한의 실상이다.

내가 일하던 평안북도 신의주 압록강 화학공장에서는 설계도면을 복사하는데 쓰는 감광지, 가내용 장판지, 벽지, 노트등을 생산했는데 최근에는 공장가동률이 월 30%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주민들이 이용하는 일반상점에는 출하되지 못하고 생산량의 절반은 공장에서 임의로 처분된다. 그리고 나머지 반도 간부용 또는 유력인사용으로 충당된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품은 공장 지배인및 간부,당비서 및 간부,사회안전원·보위부 요원들을 위한 「사업용」으로 돌아다니다가 결국에는 암거래 시장에 나오게 된다. 때문에 일반주민들은 상점에서 물건을 살 수 없고 암거래 시장에서 10원하는 장판지를 150원이나 주고 사야만 한다.

다른 공장이나 기업소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생산노동자들은 60∼80원의 한달 노임으로는 도저히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없다. 열심히 일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살기위해서 여러가지 장사를 몰래 해야만 한다.

암암리에 행해지는 장사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모든 사람들이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야 먹고 살수 있다. 단속에 걸리면 안전원과 소위 「사업거래」를 통해 해결하거나 이것이 통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당일꾼은 당당하게 먹고 안전원은 안전하게 먹고 보위부는 보이지 않게 먹는다는 말이 나온다.

북한의 각 공장 기업소에서는 생산이 정상화하지 못해 노동자들이 몇달씩 노임을 받지 못하고 있다. 농민들도 공동의 일은 제대로 하지 않는 대신 자기 논밭 일은 열심히 한다. 농산물을 시장에 내다 팔아야 살수 있기 때문이다. 힘들게 농사를 해도 제대로 분배를 받지 못하고 분배받은 돈도 의무적으로 저축해야 한다.

농민들은 자기를 위해 농사일을 하는게 아니어서 책임감이 없고 농사철이 오면 전국의 노동자,사무원,학생들이 동원되기 때문에 적당히 지도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기 십상이다. 농민들은 한때 국가가 정한 식량 생산목표량을 달성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으나 오늘날 농민들은 살아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식량을 서로 훔치는 것은 이미 예삿일이 돼버렸다.

농사에 필요한 자재를 국가에서 제때 보급해 주지 않기 때문에 각 농장에서는 식량를 비롯한 농산물을 관리위원회에서 임의로 처분해 자재를 구입해야만 한다.농장의 반장,분조장들이 식량을 임의로 착복, 처분하고 농장 살림살이를 제멋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식량생산이 이미 1,000만톤을 초과, 1,500만톤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선전 하고 있지만 실제 생산량은 500만톤에도 미치지 못한다.내가 알기로는 북한 2,200만 주민의 하루 식량 소비량은 1만톤정도이다. 매년 400만톤 정도면 북한 주민이 먹을 수 있다.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의 사정을 보면 생산량이 어느정도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약력◁

오수용

▲34년 9월 일본 효고(병고)현 고베(신호)시 출생

▲47년 소학교 졸업

▲62년 북송

▲94년 12월 북한탈출 성공

▲95년 3월27일 한국에 귀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