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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의 해독에 대하여」(천자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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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의 해독에 대하여」(천자춘추)

입력
1996.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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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문호 안톤 체호프가 쓴 아주 짧은 희곡 중에 「담배의 해독에 대하여」라는 일인극이 있다. 나 자신이 70년대초에 허름한 연미복을 입고 초로의 사내로 직접 출연하여 관객에게 이러쿵 저러쿵 담배에 대하여 아는 체를 한 바 있다.극은 조그만 무대 위에 단을 하나 놓고 삐쩍 마른 사내 하나가 관객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한 뒤 담배예찬을 늘어 놓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다가 무대 위에는 등장하지 않는 아내의 기침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란 그는 담배는 해로운 것이라고 입에 거품을 문다. 기회를 보다가 다시 슬슬 예찬 쪽으로 기우는가 싶으면 아내의 기침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아내가 곧 무대 위로 쳐들어 올 것같은 위기감을 주면서 이런 상황이 되풀이되는 포복절도하는 코미디작품이다.

며칠 전 뉴스를 보면 우리나라 병영에도 담배금지구역이 생겼다 한다. 군인도 사람인데 담배 피우는 사람, 안 피우는 사람이 있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담배인삼공사에서는 작년 담배판배량이 전년도에 비해 10% 감소되었다고 한다. 요는 금연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증거다.

집에서는 아내 자식들한테 밀려 베란다 쪽을 넘보더니 이번에는 베란다의 화초에 밀려 현관 밖으로 쫓겨나 먼 산을 보며 벌벌 떨면서 담배를 빨아댄다. 공항도 고속버스터미널도 담배 피우는 사람들은 거지취급이다. 모퉁이 구석자리에서 아편쟁이들처럼 연기를 푹푹 뿜어대고 있다. 사무실 직원들도 이 구석 저 구석으로 몰려다니다가 건물 전체가 금연지역으로 선포되면 갈 곳을 잃는다. 그러니 금연자들은 자의보다는 외부상황 때문에 할 수 없이 담배를 많이 끊는 모양이다.

그런데도 청소년 여성들의 흡연은 계속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야간 중·고등학교 교문 앞에서 담배를 빨아대며 하교하는 학생들을 보면 실감할 수 있다.

요즘 툭하면 헌법재판소에 호소하는 일들이 많은데 아무쪼록 담배의 해독성과 유익성에 대하여 판결해 달라고 헌재에 호소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권성덕연극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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