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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지원제 보완방안/이행원논설위원(일요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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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지원제 보완방안/이행원논설위원(일요시론)

입력
1996.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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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대학입시에서 제대로 활용된 대학입학 복수지원제는 수험생과 학부모에게는 아주 좋은 제도였다. 아직까지도 3명중 1명만이 진학하게 되는 4년제 대학의 비좁은 입시문호속에서 그나마도 수험생들이 이 대학 저 대학을 지원해 시험을 쳐보고 합격한 대학 중에서 「보다 좋다」는 대학을 골라 갈 수 있었으니 이보다 더 괜찮은 제도가 또 있겠는가.학부모들의 입장에서도 그것은 바람직한 제도였다. 분명히 대학에 갈 만한 실력이 되는데도 시험날의 하찮은 실수로 실력발휘를 못해 낙방하고 재수·삼수를 하는 자녀를 뒷바라지 해야 하는 고통을 웬만하면 하지 않아도 되게 됐으니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대학입시제도로서 이처럼 괜찮은 제도가 그러나 대학들에는 입시행정에 적지 않은 번거로움과 혼란을 안겨줬다. 합격시켰던 학생들을 보다 낫다는 대학에 빼앗기는데 따른 자존심의 상처도 결코 가볍지 않았다.

서울대학만이 모든 분야의 수재들을 독점하는 모순을 노골적으로 노출시키기도 했고 대학을 한줄로 나란히 세워 등급을 정하는 서열화현상도 심화시켰다.

이같은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보면서 교육제도, 특히 입시제도의 양면성을 새삼 생각케 된다. 우리처럼 아들은 97%, 딸도 93%를 대학에 보내겠다고 아우성인 고학력지향 풍토에서, 그로인해 1당2락해야하는 입시지옥의 현실에서는 어떤 입시제도도 역기능과 부작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복수지원제의 역기능을 해소할 보완방안을 모색해 보게 되는 것이다. 첫번째 역기능인 성적우수 학생의 서울대 과다집중현상을 막자면 서울대를 제외한 여타 대학이 특차모집 비율을 더욱 확대하는 방안이다. 학과 또는 계열에 따라 모집정원의 20∼50%까지 뽑았던 특차전형을 50∼70%까지 확대해 서울대로 몰릴 우수성적 학생을 일반 전형이전에 많은 대학들이 확보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올해 3만6,824명이었던 특차정원을 5만명 정도까지 미리 뽑는다면 서울대로의 집중은 상당히 완화될 것이다. 이 방안은 대학들의 의지여하에 따라 97학년도 입시부터 당장 시행이 가능한 것이다. 대신 서울대는 특차모집을 계속해서 하지 말아야 한다.

두번째 역기능인 복수 합격자의 수직이동에 따른 대학의 서렬화현상을 막을 단기대책은 지금으로서는 없다. 97학년도 입시에서는 후기모집까지 없어져 4복수지원까지 확대되면 대학서열화는 더욱 노골화할 것이다. 대학에 따라 특성화나 서울대와는 차별화가 돼있는 학과나 계열을 가진 대학들이 이런 학과와 계열만을 떼어서 서울대와 같은 날 전형함으로써 서울대와는 복수합격을 못하게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모험을 해볼 대학이 과연 있겠느냐는데서 보완책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때문에 대학이 특성화를 앞당기는 노력을 가속화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처럼 9월 새학기에 입학할 학생을 전해 12월 중순부터 뽑기 시작해 대학입시 시즌이 5∼6개월간 장기화하고 대학들이 여러 그룹으로 나눠 전형을 하는 식으로 우리의 입시시즌이 연중화하면 입학생에 의한 대학의 서열화는 어느 정도 완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방안도 2∼3년내에 시행되기는 어려워 당장의 보완 방안은 될 수가 없다는데 아쉬움이 있다. 시험날짜는 달리하되 합격자의 등록일을 같은 날로 정해 등록을 했다가 빠져나가는데 따른 대학의 체면손상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자칫하면 복수지원제의 기본취지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데서 선뜻 권장하기도 어렵다.

수험생과 학부모를 위해 개선할 점은 미등록자 충원을 위한 추가합격자의 예비 명단을 최초합격자 명단발표 때 함께 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이다. 대학들은 미등록자가 정확히 어느 정도 생길지 모르는데 그것을 미리 발표하자면 입시업무가 한층 복잡해 고충이 클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서울대의 추가합격자 명단에 들고서도 전화불통으로 통보를 받지 못해 등록일을 놓침으로써 두번 불합격한 전주의 유은이양의 불행이 어느 누구에게도 다시 되풀이 돼서는 안될 것이다. 또 추가합격통보를 기다리느라고 수만명의 학부모들이 며칠씩을 전화통 옆에 묶여 있어야 하는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대학입시의 새풍속도는 결코 바람직스러운 것이 못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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