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청을 찢을 듯이 거북한 소리를 뿜어내는 무시무시한 악기들, 이 악기들은 인간이 낼 수 있는 가장 날카롭고 발작적인 소음들을 계속 연주한다. 간단히 말해서 이것은 하나의 고문이다. 이 음악을 참아내려면 정말로 무딘 신경을 타고나야 한다』이 말은 「세계의 멀티미디어매체를 통해 전세계에 퍼져 있는 어떤 대중음악 갈래를 흉보려고 지독한 표현들만을 모아다 놓은 것」으로 여겨질 법하지만 이것이 우리 전통음악, 그 중에서도 아주 우아하고 장중한 아름다움을 지닌 궁중음악에 대한 평가라는 점은 좀 의외이고 또 여러번 곱씹어 볼 과제로 다가온다.
93년전 정월, 서울에 체류하였던 이탈리아영사 카를로 로제티는 새해를 맞아 열린 궁정연희에서 처음으로 우리의 궁중음악과 춤, 서도잡가 등을 감상하게 되는데 동석했던 한국인들은 얼굴이 상기될 만큼 기분좋아 했지만 자신은 그 공연이 고문처럼 여겨졌다고 했다. 특히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기악곡으로, 그것은 마치 폭풍이 노도하는 소리, 바람이 웅웅거리는 소리, 번개가 내리치는 소리, 바닥에 쇠사슬이 끌리는 소리, 녹슨 경첩이 삐걱거리는 소리, 매미우는 소리, 반석을 손톱으로 긁는 소리로 들리더라는 것이다. 카를로 로제티는 그 날의 소감 끝에 『똑같은 것을 대해도 같은 미적 감흥을 얻기 어려운 동양인과 서양인의 차이 때문일 것』이라는 자평을 달았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 현실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비단 동양인과 서양인의 차이라고 덮어놓을 수 있을까. 또 우리의 궁중음악을 「천상의 음악」이니 「평화의 상징」이라고 국내외의 청중은 찬사를 보내지만 그 찬사의 이면에는 같은 음악을 듣고도 「인간이 낼 수 있는 가장 발작적인 소음」으로 듣는 귀가 존재한다는 점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런 「귀」들을 어떻게 바꿀까에 대한 연구가 전통음악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이기 때문이다.<송혜진국립국악원 학예연구관>송혜진국립국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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