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대 입시에서는 인간승리의 눈물겨운 이야기와 가슴 아픈 사연의 두 주인공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인문계 수석을 차지한 장승수씨(25)는 고교 졸업 후 6년동안 막노동판을 전전하면서도 책을 놓지 않아 마침내 화려하게 「립신」했다.그러나 유은이양(19·전주 기전여고졸)은 체불된 전화요금을 못내 통화정지되는 바람에 추가합격 사실을 통보받지 못해 망연자실하고 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가난하지만 꿈을 잃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에는 궁핍의 굴레와 싸우면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다.
서울 용산구 갈월동에 있는 수도고등공민학교(교장 유수열·66)는 10일 상오 제33회 졸업식을 갖고 37명의 늦깎이 학생들에게 땀에 젖은 졸업장을 수여했다. 대부분 나이든 주부들이지만 7순의 노인도 있다. 중학교과정을 가르치는 고등공민학교는 6·25 직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돈이 없어 진학의 기회를 놓친 사람들이 뒤늦게 배움의 갈증을 한처럼 풀던 곳이다.
한때는 서울에만 58개교나 됐다. 그러나 지금은 전국을 통틀어 「수도…」만 홀로 남아 공민교육의 명맥을 잇고 있다. 모든 공민학교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간판을 내리거나, 번듯한 중고교로 일찌감치 변신했는데도 외톨이로 남아 있는 고집스런 이유가 있다. 유교장은 모교인 서울 보성고에서 교편생활을 하다 선친이 51년 설립한 이 학교로 65년 아예 옮겨 앉아 31년째 외길을 걷고 있다. 그는 4층 건물 중 학교로 쓰고 있는 2개층마저 사무실 등으로 임대하면 지금보다 많은 수입으로 편안히 살 수 있다.
그러나 유교장은 74년에 작고하신 선친의 육영의지를 저버릴 수 없어 이 길을 천직으로 알고 있다. 얼마전부터는 교직경력 43년째인 부인(63)까지 교감으로 스카우트했다. 유교장 부부는 중학교의 절반도 안되는 수업료로는 교사 8명의 봉급대기도 벅차지만 배움에 허기진 사람들이 찾아오는 한 밑지는 이 「장사」를 계속할 것이다.
「수도…」(02-754-3616)는 현재 초등반 중등반 신입생 60명씩과 중2,3학년 편입생 5명씩을 모집중이다. 유교장 부부가 새로운 일거리를 찾게 될 중학교 의무교육시대는 언제쯤 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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