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억류군인 석방않을땐 보복위협/평화협정에 명백한 조항없어 더 꼬여/러·세공도 “서방 편파적” 공조 흔들 전범 문제가 보스니아 평화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지난달 30일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고위장교 2명이 전범혐의로 회교정부에 의해 체포되자 세르비아계가 8일 협상중단 및 보복구금을 선언, 지난해 12월 보스니아 평화협정 체결이후 최대의 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라트코 믈라디치 세르비아계 사령관은 세르비아계 군인들이 석방될 때까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주도의 평화이행군과 모든 접촉을 중단하고 내전 당사자간 공동 군사위원회에도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세르비아계는 또 회교―크로아티아계 주민들이 관할지역으로 들어올 경우 억류하겠다는 위협도 가했다.
내전 당사자간 협상과 상호 자유통행 실시가 평화협정 체결의 최대 성과라는 점에서 세르비아계의 이같은 조치는 보스니아를 평화협정 체결이전의 상황으로 되돌리겠다는 심각한 경고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러시아와 세르비아 공화국이 『서방이 세르비아계에 편파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세르비아계를 두둔하고 나선 것이다. 평화협정을 가능케 했던 주변 강국의 공조체제마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회교 정부의 태도는 완강하다. 하산 무라토비치 보스니아 총리는 『세르비아계 군인들이 전범이 아닐 경우 석방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전범들을 헤이그 전범재판소로 이송하기 전에는 보스니아에 평화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전범재판을 통해 과거를 확실히 청산하겠다는 단호한 의지표명이다.
가장 난처해진 것은 데이턴 평화협정을 중재한 미국이다. 미국은 세르비아계의 협상중단 조치를 비난하고 나섰지만 이번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대되는 것을 막아야 할 처지다. 리처드 홀브룩 국무차관보가 11일부터 사라예보 자그레브 베오그라드를 잇따라 방문키로 한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반영하고 있다.
3년여의 내전기간동안 숱한 전쟁범죄가 있었고 평화협정문에 전범처리에 관한 분명한 조항이 없었다는 점에서 전범 문제는 뿌리뽑기 힘든 난제중의 난제다. 현재 라도반 카라지치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지도자와 믈라디치 군사령관을 비롯한 세르비아계 45명과 크로아티아계 7명등 총 52명이 전범혐의로 구유고 전범재판소에 기소돼 있지만 세르비아계 병사 1명만이 구금된 상태다.
평화와 과거청산의 갈림길앞에서 보스니아가 흔들리고 있다.<윤순환기자>윤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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