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이사회 주요안건 행장사인 없애/상업윗선지시 「오더대출」 철저 금지/신한심사결정권 여신위원회로 이양 은행권이 부실여신의 씨앗인 청탁대출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성건설등 대형건설업체의 잇단 부도등으로 부실여신에 시달리고 있는 은행권은 은행장의 권한까지 축소해가며 청탁견제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은행권은 특히 4월총선등 각종 정치행사를 앞두고 대출청탁이 쏟아질 것에 대비, 서둘러 여신심사제도나 관행를 고치고 있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권에 대출 심사·결정권한이 은행장에서 이사회나 일선 담당자등으로 이양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신한은행 나응찬행장은 그동안 본인이 참석하는 상임이사회에서 다루던 거액여신심사를 전무주재로 열리는 여신심사위원회로 넘겼다. 이는 나행장 본인의 선입견이나 정실이 개입될 소지를 스스로 원천봉쇄한 것이다. 그동안 여신을 결정하는 상임이사회가 은행장의 결정을 사후에 추인하는 형식적인 절차였던 것에 비하면 파격적인 개선이다. 이에 따라 나행장도 외부로부터 대출청탁을 받더라도 다소 「짐」을 덜 수 있게 된 셈이다.
상업은행도 최근 윗선에서 지시하는 「오더 대출」은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정지태행장은 일체의 청탁을 배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때문에 『행장도 안하는데…』라는 분위기가 확산돼 있으며 임원급도 「오더 대출」은 아예 입밖에 꺼내지도 않는다. 일선 심사역들이 심사해 5개등급으로 분류, E등급을 맞은 업체는 여신심사위원회에 회부되고 이사회에서조차 거부된 업체는 행장선에 가기도 전에 대출불가 결정이 날 수도 있다.
조흥은행 우찬목행장도 이사회에 부의하는 주요 여신안건에 대한 은행장의 사인을 없앴다. 은행장이 미리 사인할 경우 부결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부작용을 없애기 위한 조치다. 「때문에 담당임원들은 여신안건에 대해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타 임원들의 「공격」에 무차별로 당하기 십상이다.
이밖에 서울은행도 은행장의 권한을 대폭 하부로 넘기는 여신심사위원회제도를 준비중이며 하나은행과 한미은행은 신한은행과 비슷한 여신심사위원회를 운영중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청탁대출등 비정상적인 여신을 배제하려는 것은 금융시장 개방과 금융권간 경쟁심화로 「은행도 망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유승호기자>유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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