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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라는 전문직(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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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라는 전문직(장명수 칼럼)

입력
1996.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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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3년 베티 프리단이 「여성의 신비」를 출판했을 때, 많은 여성들은 그 책을 통해 벼락이 치는듯한 각성을 얻었다. 성공적인 삶을 사는것처럼 보였던 많은 주부들은 자신이 앓고 있는 이름모를 병, 때때로 이불을 뒤집어쓴 채 무력감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증세를 다른 여성들도 앓고 있으며 그것은 강요된 여성성과 한 인간으로서의 주체성사이에서 빚어지는 갈등임을 알게 됐다. 많은 미국 여성들이 그 책을 읽고 반란을 일으켰다. 「여성의 신비」란 미명아래 강요돼온 여성다움을 거부하고 새 삶을 찾는 여성들이 늘어났다. 여성과 베티 프리단의 관계는 미국 흑인과 마틴 루터 킹의 관계로 비유되고, 그 책은 「역사에 방아쇠를 당긴 책」으로 평가됐다. 여성운동의 거센 물결속에서 전업 주부들은 열등감을 느꼈다.

 그러나 나는 요즘 여성의 일에 대해 생각하면서 주부란 직책 역시 매우 중요한 전문직이라는 것을 깨닫곤 한다. 30년 이상 기자라는 전문직에서 일해온 나는 같은기간 전업주부로 일해온 나의 친구들에게서 철저한 직업의식, 오랜 세월 연마된 높은 수준의 가사 능력, 세상과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과 이해를 발견하고 있다. 그들은 어떤 전문직업인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여성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가사란 노동의 성적분업과 여성억압의 대표적인 예이며 타파해야할 가부장적 산물이다. 여성운동가들은 가정과 가족 역시 여성착취의 구조로 파악하고 있으며, 헌신적이고 경건하고 순종적인 주부와 어머니상을 강조해온 남성 이데올로기를 경계하고 있다.

 1960∼70년대를 강타한 여성운동은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변혁이었다. 그 물결속에서 취업여성들뿐 아니라 전업주부들의 삶도 변화했다. 강요된 여성다움과 모성에 머무르는 수동적인 삶이 아니라 주체적인 한 인간으로서 가정을 이끌어가는 새로운 모습의 주부들이 등장했다.

 결혼은 선택, 직업은 필수라는 슬로건이 젊은 여성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꿔가고 있다. 그 흐름속에서 기억할것은 주부라는 직업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가사의 가치, 주부의 근로조건, 주부의 재교육등을 꼼꼼하게 짚어가면서 주부들이 훌륭한 전문직업인으로 발전할수있는 여건을 만들어 가야 한다. 『나는 전업주부입니다』란 대답을 『나는 변호사입니다』 란 말과 똑같은 느낌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주부란 매우 중요한, 아름다운 전문직이기 때문이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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