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자체·경찰의 마찰(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자체·경찰의 마찰(사설)

입력
1996.02.09 00:00
0 0

청주시 동부경찰서가 시위진압을 위해 경찰병력 출동을 요청한 청주시 요구를 거절했다고 한다. 이 사건을 보면 경찰의 병력출동 거부가 결코 합당하다고 보여지지 않는다.경찰이 시위진압을 위한 병력출동요청마저 명분을 따지다 보면 사회질서유지책임을 어떻게 수행할 것이며, 이같은 경찰의 직무포기 현상이 지방자치의 본격화시대를 맞아 발호하는 님비현상이나 지역이기주의의 또다른 양태로 경찰 전반에 확산되는 것은 아닐까 해서 비상한 관심과 우려를 하게 되는 것이다.

청주시와 충청북도가 3·1운동 민족대표 33인의 하나인 정춘수목사의 동상에 대해 그의 친일행각이 드러났다며 철거를 주장하는 재야단체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방침을 정하고도 미적거렸다면 잘못이다. 그렇더라도 8일 재야단체의 동상강제철거에 시 공무원들이 막으려 나섰을뿐 경찰이 방관한 것은 직무유기가 아닐수 없다.

동부경찰서가 『무책임한 행정당국의 뒤치다꺼리하는 일에 시위진압 병력을 동원할 수 없다』는 명분을 내세워 제지거부를 했다면 그것은 일선경찰로서 행정당국을 너무나 얕잡아 보는 처사였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경찰서의 주장처럼 무책임한 행정이 부른 시위라고 하더라도 물리적 시위가 초래할지도 모를 사태에 대비해야 하는 것은 사회질서 유지책임을 맡은 경찰의 책무인 것이다.

그리고 시위를 유발할 정도의 무책임한 행정이었느냐 여부를 가려내는 일은 결코 일선경찰서가 할 일이 못된다. 감독과 지도기능을 맡고 있는 감사원이나 내무부가 사후 조사해 판별해야 할 사안인 것이다.

경찰이 청주동부경찰서처럼 명분을 따지고 사안에 따라 병력출동여부를 결정하는 양태가 확산된다면 그것은 국가 치안력에도 직무유기나 책임회피현상이 밀어닥칠지도 모른다는 것이어서 국민들은 위기감마저 느끼게 되는 것이다.

세계 어느나라에 명분있는 일과 하기좋은 일만을 골라서 하는 경찰이 있는가. 국가질서 유지와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일이라면 일선 경찰은 험한 일과 궂은 일을 가리지 않고 해내야 한다. 그래서 최일선 치안책임자들은 지방자치시대에 부응할 수 있는 공복의식을 새로이 다짐해야 할 것이다.

15만 경찰을 지휘감독하는 경찰청은 「청주사건」을 비호하거나 가볍게 보고 손놓고 있어서는 안된다.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에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경찰과 지자체의 마찰과 불협화음을 방지할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경찰과 지자체가 맞붙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더 이상 노출해서는 안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