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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돈준 사람」공개할까/변호인에“내가 알아서한다”밝혀 진의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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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돈준 사람」공개할까/변호인에“내가 알아서한다”밝혀 진의촉각

입력
1996.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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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엔 응하겠다” 소극적 대응 의지/검찰선 여론 등 고려 「추궁강도」 고심/재판장 직접신문이 변수… 「뇌관」 쉽게 터질수도전두환전대통령은 재판에서 닫힌 입을 열 것인가.

검찰의 전씨 진술공개로 불거진 「5공신당추진설」과 정계·언론계등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설의 진상이 오는 26일로 예정된 전씨 비자금사건 1차공판에서 밝혀질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전씨의 변호인인 전상석변호사는 8일 『전전대통령이 재판에서 검찰의 신문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골목성명에서 전씨가 여하한 형태로든 검찰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재판에는 응하겠다는 취지라는 것이 전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러나 전씨의 말은 명단공개가 재판을 통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함축적인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더욱이 전씨는 7일 면회간 전변호사와 이양우변호사에게 『비자금 사용처에 대해서는 내가 알아서 할테니 더 이상(언론이나 검찰에) 대응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현재 검찰과 변호인단은 재판전략 수립에 골몰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언론에서 흘러나오는 상대방의 대응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신경전을 벌이는 양상.

변호인단은 일단 5공신당파문에 대한 여론의 추이를 두고 본 뒤 재판과정에서 검찰의 신문에 단계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5공신당이 전씨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만큼 전면부인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당시 단식으로 건강이 극도로 악화한 상태에서 이루어졌다』며 진술조서의 임의성을 부인, 증거채택을 거부함으로써 의미를 희석시키는 전술을 구사할 수도 있다. 즉 『측근인사들에게 개인적인 친분관계에서 자금지원을 한 것이 「5공세력 재결집」으로 검찰에 의해 과대포장됐고, 자금지원 규모도 큰 차이가 난다』고 검찰의 주장을 반박한다는 것이다.

물론 전씨측은 정치권과 언론계까지 관련된 「5공자금 수혜자명단」을 압박용 카드로 사용하며 폭탄선언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모든 것을 나에게 맡기라』는 전씨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검찰도 재판전략수립에 비상이 걸렸다. 일단 검찰이 재판과정에서 전씨에게 5공비자금 수혜자 명단 공개를 집요하게 추궁할지는 불확실하다. 전씨는 검찰조사과정에서 수혜자 명단을 대라고 추궁하자 『내가 어떻게 지원한 사람들을 밝힐 수 있겠는가』라며 「보스」로서의 「도리」를 강조했다고 전해진다.

검찰관계자는 이와관련, 『재판에서 전씨에게 무작정 명단을 대라고 요구할 수는 없지 않는가』라면서도 『비자금 사용처에 대해 포괄적으로 물어 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5공자금 수혜자에 대한 집요한 추궁은 아니더라도 검찰이 손에 쥔 「명단」등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겠다는 것이다.

검찰이 가장 고심하는 대목은 여론의 향배다. 가뜩이나 5공신당진술을 물증없이 공개한데 대한 비판여론이 쏟아지고 있는 상태에서 지나치게 소극적인 대응은 여론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는 것. 이에 따라 전씨의 대응강도와 여론의 추이에 따라 검찰의 추궁강도도 달라질 소지가 많다.

또 한가지의 변수는 재판장의 직접 신문. 노태우전대통령의 재판에서처럼 재판부가 5공신당추진 배경과 수혜자 명단등을 적극적으로 추궁할 경우 「봇물」은 의외로 쉽게 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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