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의 세계 섬세한관찰 정확한 묘사/재미와 감동 넘치는 유년동화의 백미이 동화집은 현덕이 1938년 5월에서 1939년 5월까지 1년동안에 쓴, 유년기 어린이들의 삶을 그려 놓은 작품을 모은 책이다. 이야기에 나오는 아이는 노마 기동이 영이 똘똘이 넷이고, 그 밖에 또 다른 두 아이가 나오지만 그런 작품은 2편뿐이다. 그러니까 연작으로 되어 있는 동화집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느낀 것을 몇 가지 적어 본다. 첫째는 어린이들의 삶과 마음의 세계를 놀랄 만큼 잘 살펴서 자세하고 정확한 문장으로 나타내었다. 유년동화에서 이토록 진한 재미와 감동을 맛보게 하는 작품은 처음이다. 현덕 이전에는 말할 것도 없고, 현덕 이후 60년이 지난 동안에도 우리 아동문학사에서 이만한 유년동화를 쓴 작가가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새삼 놀라면서 확인하게 되었다.
둘째, 지금 우리 아동문학은 동화고 동시고 대체로 아이들의 삶을 등지고 있지만 더구나 유년동화는 아예 없는 편이다. 그래서 어린 아이들은 모두 서양동화를 읽고 자라난다. 그리고 사실은 이런 민족교육의 위기를 어제 오늘 처음 겪는 것이 아니고 지난 반세기동안 줄곧 이런 지경으로 되어 왔던 것이다. 현덕이 이만한 동화를 써서 고전으로 남겼지만, 불행하게도 현덕이란 이름도 그 작품도 땅에 묻혀 이 작품들을 읽고 자라난 사람이 거의 없었으니 말이다.
불행중 다행으로 현덕의 유년동화는 도시아이들을 그려 놓은 이야기가 되어서 오늘날 아이들에게 들려 주거나 읽히는데 그다지 큰 장애가 없다. 그래서 이 동화들을 요즘 아이들에게 교과서처럼 읽도록 했으면 얼마나 좋겠나 싶다. 조기교육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이 동화들을 읽거나 들으면서 그 얼굴이 웃음으로 활짝 피어나게 될 것을 생각해 본다.
셋째, 현덕의 유년동화는 그 내용과 구성의 단순함과, 되풀이되는 말과 행동의 묘미를 잘 보여 주어서, 동화문장에서 다시 더 없는 훌륭한 본보기로 되어 있다. 그래서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재미있게 읽어서 아이들의 세계를 알게 되는 좋은 교육의 자료가 될 것이다. 모든 교육자와 부모들이 이 책을 읽고 어린이마음을 찾아 가지게 되고, 어린이를 살리는 교육을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또 더구나 아동문학작품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은 그 어떤 책보다도 이 동화집을 먼저 읽어서 동화 쓰는 방법을 익혔으면 좋겠다.
현덕은 소설에서도 뛰어난 작품을 남겼다. 그런데 이 작가가 분단과 남북의 대립이란 비극의 역사에서 그 젊은 나이로 정치에 희생되지 않고 지금까지 작품활동을 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놀라운 업적을 남겼겠는가. 생각할수록 잘못된 역사를 만들어 온 우리 자신이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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