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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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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이라도 먹고 한국일보사앞 길건너 동십자각에서 삼청공원까지 산보라도 하면 새삼 이 사간동 거리에 문화가 살아 숨쉬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화랑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등이 장소가 좁다는 듯이 서로 어깨를 비비며 서있다. ◆왼쪽엔 국립중앙박물관과 민속박물관이 경복궁안에 자리잡고 있고 월전미술관이 그 이웃을 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선 요즘 단원 김홍도특별전이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다. 오른쪽엔 조성희화랑 윤화랑 출판문화회관 갤러리현대 법련사 갤러리현대신관 프랑스문화원 선재미술관 정독도서관 예맥화랑 아트스페이스서울 그로리치화랑 국제화랑이 줄지어 있다. ◆곧 금호미술관이 프랑스문화원옆에 들어서고 월전미술관부근에 갤러리인이 문을 열 예정으로 있어 화랑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곳은 인도도 널찍해 문화나들이에 안성맞춤이지만 딱 한가지 눈에 거슬리는 것이 화랑 가운데에 을씨년스럽게 서 있는 국군서울지구병원이다. 건물의 이미지도 색깔도 문화의 거리와는 거리가 멀다. ◆이 널찍한 부지에 미술관이라도 짓는다면 이 거리가 한층 더 문화의 향기를 뿜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24개 문화예술기관과 단체 관계자들은 6일 「사간동 문화거리 조성」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이곳을 우리나라 대표적인 문화벨트로 만들기로 했다. 이를 위해 눈 위의 혹이라고 할 병원 이전 건의서를 당국에 제출하기로 뜻을 모았다. ◆「인사동 고미술 거리」 보존운동에 이은 사간동 문화거리 조성운동도 민간의 자발적인 문화사랑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문화거리 조성사업을 활성화시키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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