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도시 자동차면허시험장처럼 사람많이 모이는 곳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어보면 앞옆뒷사람 쓰는 말이 제각각이다.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중국어 힌두어…. 『너무 오래 걸리는데』하는 한국말도 물론 들을 수 있다. 창구직원한테는 영어로 이야기하고도 돌아서면 제각각 딴언어여서 영어듣기가 힘들지경이다. 미국내에서 사용되는 언어만 300여개에 이르고 전화회사 AT&T가 교환서비스를 제공하는 언어만 150여개에 이른다.이처럼 언어의 전시장이 되고 있는 미국에서 최근 「우리말을 살리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종 문화적 「다양성(Diversity)」을 존중한다는 원칙에 따라 각종 정부행정에까지 다언어를 병기하는데 따르는 비능률과 낭비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낭비도 낭비지만 사람들이 「국어」로서 영어를 제대로 배워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하게 되면 결국은 국가의 통합성 자체가 흔들린다는 것이 더 큰 이유다. 그래서 영어를 공식언어로 정하는 법을 제정한 주가 현재까지 22개에 이르고 입법을 추진중인 주도 늘고 있다. 이런 분위기때문인지 얼마전에는 미국언론들이 이스라엘의 국어사랑운동을 비중있게 보도하기도 했다. 국가기관인 히브리어아카데미가 포고령을 내려 「토스터」를 「타누론(작은 화덕)」이라는 고어로 바꿔부르도록 하는 등 고유어를 되찾고 만들어내는 연구를 활발히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한때 국내에서도 축구경기 중계방송 사회자가 「헤딩」을 「머리받기」로, 「스로인」을 「던지기」로 고쳐불렀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세계화」라는 말이 무소불위가 되고부터는 「국어사랑 나라사랑」이라는 말을 꺼내기도 어색하게 돼버렸다. 사회의 어느분야 할 것없이 영어를 원어 그대로 사용해야 시류를 거스르지 않는 것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느낌이다. 「세계화」를 할 양이면 다른 나라들의 국어사랑의 추세를 배우는 것도 좋을 듯 싶다.<뉴욕=김준형특파원>뉴욕=김준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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